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해요

성장을 돕는 포용 정책을 기대하며

by 잼스

7가구 중 4가구가 70세 이상의 노인 1인 가구, 2가구는 빈집. 나머지 한 가구는 식당으로 역시 노인부부와 아들, 며느리뿐. 우리 집을 제외한 우리 마을 상황이다.


2021년을 기점으로 외국인을 포함한 우리나라 총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3년 전 통계청의 예측보다 7년이나 앞당겨진 점을 고려하면 정말 빠른 감소세다. 문제는 생산연령 인구(15∼64세)의 급격한 감소다. 전체 인구의 70%에서 2030년에는 300만 명이 줄어들어 65%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도시에선 잘 못 느끼겠지만 지방에서의 인구절벽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발표한 2021년 도시계획현황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도시지역이 국토 면적의 약 16.7%를 차지하며 총인구 중 91.8%가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이 차지하는 면적은 4.3%에 불과한데 총인구의 48.2%가 몰려있다.


인구절벽에 인구쏠림이 가중되어 지방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음을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고 여기저기 즐비한 빈집들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오늘의 시골 풍경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자체 대부분의 대책은 인구증가를 목표로 하는 성장정책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과 저출산 심화 추세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물론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나 개발 투자 유치, 아파트 공급 및 대형 편의시설 확보 등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절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구유입 타깃을 50대와 60대에 맞추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30%가 5~60대다. 20세 미만의 학령인구를 제외하면 무려 37%에 달한다. 서울시 직장인 평균 퇴직 연령이 남자 기준 53세이고, 2010년 이후 베이비 부머 세대를 포함해 누적된 은퇴자들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음에도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정주 지원이 꾸준한 인구 유입을 돕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일부 젊은이들이나 나 같은 은퇴자들이 시골생활을 한 번쯤 생각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전원생활이나 귀농·귀촌을 선택하고 나면, 이를 되돌리기가 어렵고 예상 밖의 비용이 발생하거나 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 공무원연금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은퇴자공동체마을 전원생활 체험 프로그램》은 눈여겨볼만하다. 저렴한 체험비(관리비와 월세 정도)로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단기체험형(2-3개월), 지역정착형(3-5개월), 귀농교육형(9-10개월), 퇴직예정자형(2개월)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부부 또는 지인과 함께 생활도 가능하여 가족의 협조를 얻기 용이하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아쉽게도 내가 있는 지역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설이 없다.


시골에 빈 집들 중에 상속 가옥이 많은데 상속인들은 살지도 팔지도 않는다. 주말에라도 와 있으면 좋은데 여의치 않다. 팔아야 봐야 큰돈도 안되고 혹시 나중에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니 그냥 묵힌다. 사람 살지 않는 집과 땅은 병들어 간다. 체험 프로그램을 위해 지자체에서 대여해서 운영하면 집도 마을도 살아날 텐데 하고 생각해 본다.


또 막상 전원생활이나 귀촌을 실행에 옮겼다 해도 집 구하기부터 집수리와 냉난방시설, 중고 가전‧가구의 구입 및 수리 등에서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도움을 구할 데도 없고 혼자 해결하려 해도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초기단계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해 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지자체 웹사이트나 면사무소에 안내 매뉴얼이 있거나 별도 고충처리 데스크를 만들면 좋겠다.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설립한 귀농귀촌지원센터는 주로 귀농인이 농업을 생업으로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필요한 영농 실습이 제공된다. 이 역시 인구증대 목적의 정책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꼭 농사를 짓기 위해 시골로 오는 것은 아니다.


주소지를 옮기지 않은 채 주말이나 주중에 거주하고자 하는 이른바 5도 2촌을 장려해야 한다. 어차피 인구감소를 피할 수 없다면 한 사람, 한 가족을 두 지역에 나눠 살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은퇴자는 소비능력도 높고 가족이나 지인들을 동반한다. 나아가 자발적 홍보 도우미 역할도 하게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자체는 5도 2촌 생활자를 유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텃밭 가꾸기 119(우리 지역의 씨앗·모종 구하기부터 농약과 가지치기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포함한) 사이트나 앱 개발, 5도 2촌 기업체 자매결연 사업, 귀농·귀촌자의 5도 2촌 멘토링, 휴양과 원예 목적의 양로시설 설치, 빈집 임대 주선, 집수리 및 주거시설 보수업체 연결, 도시 중고가구 운송지원, 농기구 및 공구 대여 사업 등 많은 아이디어를 모아 보면 좋겠다.


도시와 시골 모두 서로 대체하지 못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면 둘 다 즐기는 방향의 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닐까? 이 작은 국토를 넓게 쓰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귀농·귀촌으로 연착륙하게 되면 모두 윈윈이 되는 것이고. 모쪼록 우리 마을도 빈집이 사라지고 동년배의 이웃들이 들어와 이 좋은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게 되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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