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개봉한 '베테랑 2'의 한 장면이다.
30초 재생 구간에서 "해치님이 목숨걸고 경찰한테 쫓기고 있구요"라는 표현이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에서 대사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목숨 걸고 경찰한테서 도망치고 있구요'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 영화 속 대사도, 영화를 보는 사람도 별다른 생각 없이 영상을 봤을 것이다.
언어는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완벽하지 않다. 영화 속에서 '해치'는 경찰에게 쫓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경찰에게서 도망치고 있는 걸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관점에서 표현하는 일은 상당한 정도의 인지 처리의 과부하(?)를 요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하지 않지만, 또 그렇게 부정확한 대로 처리하여 표현하지만, 수용하는 사람들(즉, 관객 혹은 우리)은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표현, 논리적으로 사실과 정합적인 표현, 그런 표현만으로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두뇌의 처리 용량이 부족한 걸까??
그리고 또 하나. 상황 처리와 문법 처리는 병렬적으로 실시간으로 거의 동시에 관계하면서 처리되는 게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