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경찰관이 되겠다.
경찰공무원 채용을 거치면 중앙경찰학교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는다. 여러 직무교육과 체력훈련, 사격, 운전 등등 다양한 교육이 있다. 이곳에서는 평일만 교육을 받기에 주말은 자유가 주어진다. 학교 측에서는 주말을 이용해 '선배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말 그대로 중앙경찰학교에서 근무하는 선배 경찰관들과 일정 인원이 면담을 하는 시간이다. 신청 전 선배분들의 약력과 전문 분야를 공지하여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면 되는 것이다. 당시 나는 파견 근무에 관심이 있어 해당 선배님과의 시간을 신청했다.
내가 대화를 나눈 선배님은 수사업무 후 정보업무 그리고 파견근무까지 내가 그리던 경찰 커리어와 부합하시는 분이었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이어나간 후 마지막에 어떤 경찰관이 되고 싶냐고 물으셨다. 함께 참여한 동기들은 사회적 약자를 공감하는 경찰관이 되겠다, 파견근무를 통해 다양한 기관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는 등의 포부를 밝혔다.
내 차례가 되었고, "요즘 본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기에 브런치, 개인 SNS, 블로그 등에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경찰관은 다양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에 부유한 삶부터 바닥에 있는 삶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제가 느낀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 알리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글 쓰는 경찰관이 되겠습니다."라는 아주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제약이 많았던 중앙경찰학교를 떠나 실습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집에서 생활하며, 제복을 입고 지구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분명 나는 실습을 시작하며 다양한 계획들을 세웠다. 꾸준한 운동, 영어 공부, 형사법 공부, 취미 갖기 그리고 브런치에 글쓰기. 하지만 퇴근하면 피곤해서 눕게 되었고 쉬는 날이면 코로나를 핑계로 집에 있기 일수였다. 그렇게 두 달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아주 오래간만에 노트북 앞에 앉아 내 생각들을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글 자체를 오랜만에 쓰다 보니 매우 어색했다. 글이 막히는 것은 당연하고 적절한 단어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백지의 상태였던 경찰 교육생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20년 차 경찰관 앞에서 내 생각을 사람들에게 글로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당함이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이 글을 시작으로 경찰관으로서 나의 생각을 쓰고 싶은 신임 경찰관의 포부를 밝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