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왜 자기 속도로 남아 있는가
브런치스토리의 키워드 10
10. 정체성 : 나는 누구인가, 이 도시는 어디에 서 있는가
키워드 : 지역성, 차이, 균형, 자립
주요내용 : 정체성은 단지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타자와 구분되는 방식이자,
지속 가능한 존재의 기술입니다.
일본에 대해 말할 때 도쿄는 너무 크고, 너무 앞서 있고, 너무 전형적인 상징이 된다. 경제, 정치, 문화의 중심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얼굴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오사카는 늘 그 도쿄와 비교된다. 둘 다 대도시이고, 인구도 많으며, 외국인의 시선에서도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두 도시는 너무 다르다. 그리고 오사카는 그 다름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도쿄처럼 되지 않겠다”는 무언의 태도 속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조용히 유지해온 도시다.
오사카는 크지만 과시하지 않고, 빠르지만 조급하지 않으며, 전통이 있지만 지나치게 장식하지 않는다. 도시의 구조도 그와 닮아 있다. 도쿄가 한 방향으로 확장하고 밀도 있게 뻗어나가는 도시라면, 오사카는 여러 방향으로 펼쳐지되 각 구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우메다의 현대성과 나카자키초의 레트로, 신세카이의 서민적 정서와 후쿠시마의 정제된 감각이 나란히 공존하면서도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이 도시는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리듬들이 공존하는 다중도시다. 오사카는 일관성보다는 조화를, 경쟁보다는 조율을 택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켜왔다.
‘도쿄가 되지 않기로 한 도시’라는 말은 단순한 반골 근성이나 지방색 자랑이 아니다. 오사카 사람들의 사고방식엔 분명한 자립감이 있다. 도쿄에 올라가야 뭔가가 된다는 인식보다는, 여기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감각이 있다. 기업도, 문화도, 생활 방식도 그렇다. 도쿄가 ‘최신’과 ‘표준’을 만든다면, 오사카는 지속과 생활을 구축한다. 음식부터 다르다. 도쿄가 정제되고 세련된 프레젠테이션을 중시한다면, 오사카는 맛의 직설성과 실용성을 중시한다. 가격과 양, 조리 방식의 실속은 이 도시가 삶과 비즈니스를 다루는 기본 감각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도시의 태도는 말투에서도 드러난다. 간사이벤은 말끝이 물러서지 않고, 감정의 리듬이 있다. 낯선 이에게도 쉽게 말을 걸고, 농담을 던지며, 조용한 유머를 유지한다. 도쿄의 정중함이 거리 두기를 포함하는 예의라면, 오사카의 정중함은 가까워지기 위한 여지다. 이런 언어적 태도는 곧 관계 맺기의 방식이 되고, 결국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감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오사카는 일하는 방식도, 사는 방식도 도쿄와 다르다. 정답을 따르기보다는 납득할 수 있는 균형을 찾아가는 도시. 그것이 오사카다움이다.
나는 이 도시에서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에서도 “자기 방식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허용을 배웠다. 누구처럼 될 필요도 없고, 빠르게 움직일 필요도 없다. 새로운 것을 무조건 따라가지 않아도, 오래된 것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 오사카는 그런 도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자기만의 방식을 굳혀나간다.
물론 단점도 있다. 변화가 느리고, 조직은 보수적이며, 폐쇄적인 영역도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하나의 태도다.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조금씩 기울어진 균형을 수직으로 되돌리려는 방식의 자기 방어. 그리고 그 균형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오사카라는 도시가 타인을 무리하게 닮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는 표준이고, 오사카는 변수다. 그 변수는 예측을 어렵게 하지만, 그 덕에 다양성을 허용한다. 표준은 정렬과 정돈을 요구하지만, 변수는 조정과 협조를 만든다. 오사카는 후자의 힘으로 스스로를 지켜온 도시다. 지금도 이 도시는 빠르게 도쿄를 따라가지 않는다. 트렌드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 트렌드를 자기 리듬에 맞게 조절한다. 그래서 오사카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은 ‘균형’이다. 과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남을 따라가지 않되 고립되지 않게. 그렇게 살아온 도시가 보여주는 정체성은, 지금 이 도시의 가장 큰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