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오사카에서 배운 힐링의 구조

by KOSAKA

10편의 새로운 글이 담긴 브런치북을 한번에 등록하다보니 에필로그가 브런치북의 제일 마지막 글인지라 제일 위로 올라왔습니다. 글 리스트에서 가볍게 스크롤다운해서 프롤로그부터 읽어주셔요

브런치스토리에서 제가 느낀 10개의 키워드로 본 오사카에 대해 쓴 10개의 글이 있습니다.


이 도시는 말이 없다. 대신 조용히 보여준다. 빠르지 않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질서, 과장되지 않지만 꾸준히 반복되는 생활의 리듬, 오래된 흔적이 조심스럽게 남겨진 기억의 단면들. 오사카는 그것들을 일부러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필요한 만큼을 유지하고, 지나치지 않게 조정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 나는 그 조심스러운 반복 속에서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별한 말이나 장면 없이도, 이 도시의 구조가 일상에 작은 균형을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이 시리즈는 일본이라는 사회, 그중에서도 오사카라는 도시의 감각을 ‘브런치스토리의 키워드’라는 틀 안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지난 한달동안 브런치스토리를 분석해봤고 그렇게 마케팅, 라이프스타일, 감성, 회고, 정체성 등의 키워드들을 뽑아냈다. 이 키워드들은 플랫폼이 독자와 콘텐츠를 연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리고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남긴 글에서 우러난 단어들이지만, 나는 그것을 도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다시 읽고 싶었다. 지금 이 시대에, 지금 이 도시에, 이 키워드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조용히 따라가 보았다. 그리하여 정리된 10편의 글은 단지 관찰의 기록이 아니라, 오사카라는 도시에서 내가 체감한 감정의 질서에 대한 메모이기도 하다.


브런치스토리의 가장 큰 키워드는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사카는 힐링이라는 단어를 내세우지 않는다. ‘회복’이나 ‘쉼’이라는 말을 굳이 강조하지 않지만, 일상의 흐름과 관계의 거리, 감정 표현의 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감각이 전달된다. 감정을 지나치게 흔들지 않고, 관계를 조심스럽게 유지하며, 오늘의 구조를 그대로 내일로 이어나가는 방식. 도시의 리듬이 삶의 리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곳에서 살아보며 천천히 실감하게 된 감각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힐링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오사카에서의 힐링은 말로 표현되기보다는, 삶을 무리 없이 반복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전달된다.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무너지지 않게 설계된 하루. 그런 것들이 이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듯했다. 그 속에서 나는 어느새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 더 단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로 하루를 구성하는 법을 배웠다.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하나의 도시가 주는 감각이 어떤 사람에게는 언어보다 더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사카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지만, 그 조용한 방식이 삶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 도시를 하나의 ‘말 없는 힐링’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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