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Aging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

by KOSAKA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사실이 추상에서 구체로 바뀌었다. 어느 날 문득, 단어가 혀끝에서 맴돌고,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찬다. 같은 문장을 두 번 읽고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생긴다. 젊을 때에는 ‘언젠가’로 밀어두었던 노화가, 이제는 매일의 ‘지금’ 속에 도착해 있다.


어릴 적엔 나이 드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나이 든다는 건 단지 숫자만 바뀌는 일인 줄 알았다.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고, 마흔이 되면 세상을 통달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여전히 미숙했고, 오히려 감정은 예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확신보다는 유예, 판단보다는 보류. 나이는 들었지만, 해답은 여전히 없다.


중년이 되어 깨닫는 건, 나이 듦이란 일종의 침투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깥에서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신체가 먼저 반응하고, 그 뒤를 마음이 따라간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고장이 아니라 마모다. 급작스러운 고통이 아니라 서서히 사라지는 기능들. 불빛 아래에서 책을 읽는 일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술자리가 끝나면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피로가 익숙해진다. 낯설었던 감각이 생활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나이 든다는 건,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진로, 인간관계, 장소, 삶의 방식.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축소된다. 내가 선택한 것들, 혹은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의 결과가 점점 고착된다. 한편으로는 안도감이다.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삶.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이다. 다시 선택할 수 없다는 자각.


이 시기의 마음은 의외로 명료하다. 나는 이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보다, 무엇을 지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다. 과거의 결정들이 미래를 제한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 제한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젊었을 땐 ‘언젠가’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었던 것들을, 중년에는 ‘이제 와서’라는 말로 덮게 된다. 이 단어들의 변화가 곧 시간의 정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살 필요가 없다는 건 어떤 해방이기도 하다. 유행을 모른다고 해서 당황하지 않고, SNS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나의 세계는 점점 작아지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나는 또렷해진다.


Aging. 사전은 이 단어를 ‘노화’라고 번역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감퇴가 아니라 정돈이다. 쌓이는 것이 아니라 간추리는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삶은 수집이 아니라 삭제로 완성된다. 지워내고, 비워내고, 덜어내며 우리는 우리 자신에 가까워진다.


나이 듦이란, 사실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가장 정직한 통로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길의 입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