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 열도의 북부, 홋카이도와 도호쿠(東北) 지방은 ‘끝’이자 ‘시작’의 공간입니다. 지도 위에서는 변방처럼 보이지만, 일본 근대사의 맥락에서 보면 오히려 실험과 재건의 무대였습니다. 이곳에서 일본은 스스로를 다시 설계했고, 동시에 자연의 한계와 마주했습니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대지 위에서 사람들은 오래도록 묻고, 버티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 반복이 오늘의 북쪽을 만들었습니다.
홋카이도는 19세기 후반, 메이지 정부가 ‘개척사(開拓使)’를 설치하며 근대화의 실험장으로 삼은 땅입니다.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는 국방의 요충지이자, 서구 문명을 이식하는 시험장이었습니다. 미국식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삿포로가 건설되었고, 개척민들은 혹한 속에서 밭을 일구며 새로운 생활양식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그 ‘개척’의 이면에는 아이누인들의 삶이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사냥과 언어, 신앙이 서서히 밀려나며 ‘일본’이라는 이름 아래 흡수되었습니다. 홋카이도는 근대 일본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그 그림자를 품은 대지였습니다.
그 남쪽에 이어지는 도호쿠는 오랜 세월 ‘중심이 아닌 곳’이었습니다. 에도 시대에는 쌀 생산지이자 막부의 군량창고 역할을 했고, 근대 이후에는 산업화의 속도에서 늘 한 발 느린 지역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림 속에서 도호쿠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근대에 대응했습니다. 사무라이의 윤리와 농민의 근면,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가 결합된 사회적 기질이 형성되었습니다. 메이지 유신기의 아이즈 번(会津藩)은 끝까지 막부에 충절을 지켰고, 보신전쟁의 패전 후에도 그 정신은 지역 정체성으로 남았습니다. 눈보라 속에서 지켜낸 ‘의리’는 오늘날에도 아이즈 사람들의 자부심으로 전해집니다.
두 지역을 잇는 가장 강력한 공통분모는 ‘설국’이라는 환경입니다. 한겨울의 홋카이도와 도호쿠는 혹한의 대지로 닮아 있습니다. 도로는 눈으로 덮이고, 바다는 얼며, 산맥은 계절마다 길을 막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자연을 적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눈은 때로 적이지만, 동시에 생명을 지켜주는 방패이기도 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이들은 눈 속에 묻은 씨앗이 봄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장인들은 그 혹한 속에서 목재를 말리고 술을 빚었습니다. 미야기의 사케, 야마가타의 목공예, 아오모리의 사과, 아키타의 기리탄포 — 이들은 모두 눈의 리듬 속에서 탄생한 산물입니다.
문학에서도 이 북쪽의 정신은 뚜렷합니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홋카이도의 혹한 속에서 인간의 구원과 죄를 탐구했고, NHK 드라마 〈오신〉은 야마가타 농가의 소녀가 역경을 이겨내는 서사로 일본인의 근면 신화를 상징했습니다. 도호쿠의 시인 미야자와 겐지 역시 농민과 별, 비와 바람을 이야기하며 ‘자연과 인간의 평등’을 노래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비에도 지지 않고(雨ニモマケズ)』는 도호쿠의 삶 전체를 압축한 시이기도 합니다. 북쪽의 문학은 눈과 침묵, 그리고 버팀의 언어로 쓰였습니다.
산업적으로 보면, 이 지역은 일본 경제의 변방이었지만 재생의 중심이기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홋카이도에는 석탄산업이, 도호쿠에는 금속가공과 농식품 산업이 들어섰습니다. 1970년대 이후에는 두 지역 모두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복구와 재생’의 상징으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미야기·후쿠시마·이와테의 해안은 쓰나미로 폐허가 되었지만, 그 잔해 위에서 사람들은 다시 집을 짓고, 축제를 재개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재건 프로젝트와 공동체 복원이 일본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모델로 소개되었습니다. 북쪽의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자연과 협상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그 배움이 곧 생존이었습니다.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일본의 중앙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직함과 깊이를 만납니다. 홋카이도의 하얀 대지 위에서는 인간의 손길이 얼마나 작고 덧없는지를 깨닫게 되고, 도호쿠의 산사(山寺)나 온천 마을에서는 세월의 두께가 문명보다 오래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눈이 내리고 녹는 동안, 사람들은 그 변화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북쪽의 시간은 단조롭지 않습니다. 그것은 생존과 기다림, 포기와 다시 시작의 시간입니다.
홋카이도와 도호쿠는 일본의 변방이 아닙니다. 이곳은 근대 일본이 태어난 자리이자, 재난 이후 일본이 자신을 다시 묻는 자리입니다. 산업의 전선이자 정신의 후방, 국가의 실험장이자 인간의 회복지대. 아이누의 노래, 사무라이의 윤리, 농민의 손, 그리고 문학의 언어가 한데 얽혀 북쪽만의 윤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은 ‘이기는 삶’이 아니라 ‘버티는 삶’의 미학입니다.
눈과 바람은 여전히 북쪽을 덮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래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갑니다. 눈은 봄이 오면 녹고, 바람은 다시 불어옵니다. 홋카이도와 도호쿠는 일본이 잃어버린 원형을 가장 오래 간직한 땅입니다. 그곳을 걷는다는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시선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오랜 방식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