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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소금 Dec 27. 2021

너의 나라 바다는 무슨 색이니?

제주에 사는 이유2

- "너의 나라에도 바다가 있니?"


얼른 바다가 있다고, 삼면이 바다라고 자랑했다.



- "멋지구나. 그런데 너의 나라 바다는 무슨 색이니?"


'바다? 당연히 파랗지 않나? 왜 이 당연한 걸 묻지?' 속말을 하면서 "블루"라고 했을 때 그는 놀랍다는 듯 잿빛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물었다.


- "정말?"


내가 확신에 차 그렇다고 하자 미스터리를 들은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 "바다가 블루인 나라는 드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서 덧붙인 질문은 번개처럼 내 두개골을 쪼개고 빛줄기처럼 박혔다.


- "너의 나라 삼면의 바다가 다 같은 색, 블루야? 확실해?"


삼면이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고, 아침저녁으로 다른 바다 색깔을 두고 '블루'로 싸잡아 표현한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며 현재의 내 눈을 씻는다. 그러나 어느 날 새삼스레 궁금했다. 그렇게 물을 수 있는 낭만과 여유는 어디에서 연유할 수 있었을까..., 하고. 내게 일상의 화두를 선물한 그는 오늘은 여기 있으나 내일은 어디로 내쳐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고 고독한 망명자였다.

- 유선경, <어른의 어휘력> 중




정말 그렇다. 정말이지 바다의 색은 블루가 아니다. 어제 보았던 바다에 익숙함으로 갔다가 낯선 이국 땅, 이방의 해변으로 느껴졌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날마다 바다는 다른 빛깔로 맞이해 주었다. 어쩌면 바다보러 함께 가는 사람이 달라질 때마다, 바다를 보며 나누는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바다도 달라 보였는지 모르겠다. 또 시시때때로 변하는 나의 마음, 감정이 저 바다 물결에 비추이고 담겨서 일렁이기도 했다. 그 아름다움 앞에서 나는 매번 쉽게 할말을 잃었다.


누군가 내게 "너의 나라 바다는 무슨 색이야?"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어라 답 했을까.

 답을  준비하고 있어야겠다. 여유와 낭만을 지않고, 사소한 기쁨을 놓치지 말고 살아야겠다. 이곳의 바다는 아침저녁으로 다른 얼굴 다른 빛깔 다른 파도를 품고 있다.  모든 것을 품고는 경이롭게 밀려와서 말을 걸고  하얀 거품으로 사라진다. ' 살고 있느냐고, 소중한걸 잃지는 않았냐고, 놓치며 사는 것은 없느냐고 -'

그렇게 드넓고 광활하면서도, 한결같이 그 자리 그대로 뚝심 있게 있어주면서도 바다는 항상 모순된 유연함을 품고 있다. 유연하고 담대한 하루를 살자.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걱정과 근심, 두려움 아닌 바다처럼 담대한 하루.

.

.


'너의 나라 바다는 무슨 색이니?'


제주 서귀포 사계 해변, 겨울 2021.12.23



#창조주의빛깔 #창조주의성품 #바다같은사랑

#아침마다새롭고늘새로우니 #성실 #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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