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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새미 아빠 고삼석 Jun 22. 2024

[특별인터뷰] 베트남 속 K-콘텐츠의 현재와 미래

성임경 KOCCA 베트남센터장 현지 인터뷰

- 동남아시아 한류는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 한류는 진화하는 문화현상이다! 한류5.0의 새로운 모습은?

- 동남아, 틱톡 등 SNS 활용 극대화 전략 필요!

- 제작 시 상대국 문화와 정서 존중해야 공감

- 일방 진출 보다는 인적교류와 공동제작 등 상대국과 협력 및 상호호혜 한류가 지속가능!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한류 열기가 가장 뜨거운 국가 중 하나이다. 한국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단연 높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젊은 나라이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다. 그 때문인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도 매우 높다. 콘텐츠 시장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 또한 빠르다. 그래서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나라이다. 베트남에서 일어나고 있는 'K-콘텐츠 돌풍'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국회엔터테크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가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 비즈니스센터 성임경 센터장을 직접 찾아갔다. 인터뷰 형태를 취한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베트남 속 K-콘텐츠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자.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 비즈니스센터(하노이)

(고삼석 교수, 이하 '고')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종종 외국에 올 때 그 도시에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비즈니스센터가 있으면 가급적 시간을 내어 방문하고는 합니다. 베트남 하노이에도 비즈니스센터(이하 'KOCCA 베트남')가 운영 중이어서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베트남 콘텐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은데, 먼저 KOCCA 베트남의 현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죠.


(성임경 센터장, 이하 '') KOCCA 베트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도 베트남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임 센터장께서 열심히 해 준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베트남센터는 2020년 10월에 하노이에 설립되었으며 센터장 1명, 베트남 현지채용 직원 4명 총 5명이 근무 중입니다. 직원들 모두 한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합니다.


KOCCA 베트남은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에게 현지 정보 제공과 함께 베트남 기업과의 비즈 매칭을 해주는 B2B사업, 베트남에서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B2C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정치, 경제시스템이 상이합니다만, 베트남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1992년 수교 이후 30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많이 진출해 있고, 한류 팬의 규모나 강도를 보더라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아시아 한류는 베트남에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을 정도인데, 베트남 내 한류 현황은 어떻습니까?

성임경 KOCCA 베트남 비즈니스센터장

(성) 동남아시아 쪽 한류는 이미 하나의 문화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고 특히 베트남은 한류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23년 베트남 한류 소비자 심층분석>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1,025명 중 997명(95.3%)이 한류를 좋아한다고 응답했고 국가별 선호도를 비교해 보면 한국문화에 대한 선호도는 44.6%로 1위이고 2위인 미국(10.4%)과 큰 격차가 있습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한류 열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카페에 들어가 보면 베트남 노래(V팝) 보다는 K팝이 더 많이 들립니다. 공원에 가면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 가수들의 춤을 따라 추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본인들이 한류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노이 시내의 카페

(고) KOCCA 베트남은 콘텐츠 제작분야에서 한국과 베트남 기업들의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또 베트남 콘텐츠 인력양성 등도 지원하고 있는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그리고 이에 대한 베트남 현지 정부나 콘텐츠업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성) 콘텐츠 분야의 제작역량과 인프라가 우리보다는 베트남이 아직 낮은 수준이라서 양국 간의 협력과 교류에 대한 이곳의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 또한 인구가 1억 명 정도 되는 만큼 콘텐츠 소비 시장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크고 한류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의 베트남 시장 진출 성과도 좋은 편입니다. 전망도 밝습니다.


KOCCA 베트남에서 콘텐츠 인력양성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의 분위기는 인력양성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발전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에 향후 인력양성에 대한 지원을 할 경우 크게 환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 한국과 베트남이 보다 긴밀해지려면 양국 간 콘텐츠 분야 인력 교류나 대학 간 학생 교류 프로그램 운영도 고려해 볼만 한데, 혹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나 향후 계획이 있을까요?


(성) 국내 대학과 베트남 대학 간 인적 교류도 진행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한번 해보고 싶은 사업입니다. 한국이 지원한다면 베트남도 환영할 사업입니다. 현재 연구보고서 작성 시 하노이 국립대 등과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KOCCA 베트남에서 청년 서포터스도 20여 명 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베트남을 포함하여 한-아세안 간 콘텐츠 분야 협력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재원도 확충하면 좋겠습니다.

KOCCA 베트남 비즈니스센터(하노이)

(고) 6월 초 호찌민에서 개최된 '텔레필름 2024'에서 KOCCA는 한국공동관을 운영하여 141건의 상담과 942만 달러(약 130억 원)의 수출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 콘텐츠 시장의 규모나 현황, 그리고 KOCCA와 우리 콘텐츠 기업들의 활동 성과 등을 설명해 주시죠.


(성) 텔레필름이 방송콘텐츠 마켓이었기 때문에 방송시장을 예로 말씀드리면, TV보급률은 전체가구의 93%에 달하고 시/성별로 운영되는 채널이 있어서 전국에 64개 방송국, 총 103개의 무료 채널이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조사 같은 것이 미흡해서 베트남 시장규모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시장규모 산출방식도 PWC 등의 분류체계 등과는 달라서 2022년에 콘진원에서 발행한 <해외콘텐츠시장분석>에서도 베트남과 러시아는 빠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한류의 인기로 한국의 방송 콘텐츠가 오리지널이든 리메이크든 관계없이 큰 인기이고 '런닝맨' 리메이크 버전의 경우 2019년 방송 15주 만에 2억 뷰를 달성했다는 기사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눈물의 여왕'도 실시간 시청률 1위를 연속 기록하였습니다.


(고) 한류 관련 연구보고서나 언론 보도를 보면 베트남의 한류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가 오히려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온라인 유통 가능한 한류 콘텐츠가 OTT 시장의 급성장과 맞물려 확산되었다는 분석인데, 실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베트남 OTT 시장 현황은 어떻습니까?

넷플릭스 베트남 영화 Top 10 (2024. 6. 21 현재)

(성)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의 시청자들이 코로나 팬데믹부터 본격적으로 OTT를 이용하게 된 것은 맞습니다. <2023 베트남 비즈니스 가이드북>에 따르면 베트남의 구독형 OTT 매출액이 2018년 1천7백만 달러에서 2023년 6천1백만 달러로 거의 3.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베트남의 한류 또한 그에 비례해서 성장했다는데 저도 이견이 없으며 오히려 OTT에 따른 한류의 확산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쪽보다도 유럽 등 기존의 한류가 다소 약했던 지역에서 두드러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베트남의 OTT시장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고 VieOn, TV360 등 로컬 플랫폼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장이며 로컬 OTT들도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사랑이 큰 만큼 K-콘텐츠 속 베트남 사회나 문화에 대한 몰이해가 사회적 논란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베트남 특정 도시를 납치와 살인이 난무하는 범죄도시로 묘사해서 상영금지 처분받은 적도 있고, 또 베트남 전쟁에 대한 잘못된 내용의 대사로 인해 베트남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일도 있었습니다. 한류 확산의 부정적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 당연히 굉장히 아쉽고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상대 국가의 문화나 현지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자문과 고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SBS뉴스 사이트 캡쳐

(고) 한류의 확산과정에서 모바일, 소셜미디어와 같은 기술(Technology)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한류 확산의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베트남 현지에서 상황은 어떻습니까? 경제 사회 전 분야의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의 사용 등으로 앞으로 콘텐츠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은 더욱 촉진,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양상이 베트남 혹은 동남아시아 콘텐츠 산업과 시장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Vingroup의 스마트빌딩

(성) 베트남 IT인프라는 굉장히 좋은 편이며 작년 기준 스마트폰 보급률은 96%에 달합니다. 특히 베트남은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인 아주 젊은 국가이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SNS를 활용한 생활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SNS를 통한 정보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며 베트남의 젊은이들도 틱톡 등 SNS에서 접한 콘텐츠와 상품에 더 높은 호감을 갖고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성공을 거두고자 한다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전략, SNS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 KOCCA 베트남은 K-콘텐츠를 베트남에 소개도 하지만, 베트남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 콘텐츠가 미국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통할만한 콘텐츠가 있습니까?


(성) 어떤 콘텐츠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얼마 전에 한국에서도 베트남 가수의 ‘SEE Tinh’가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것처럼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 중독성만 있으면 뭐든지 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CJ-베트남 합작영화 'MAI'

베트남 영화 'MAI'도 현재 흥행몰이 중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물인데, 로맨스물에 관한 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다만 콘텐츠의 속성 상 언제, 어떤 작품이 갑자기 터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고) 지난해 한국 콘텐츠 수출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도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커진 만큼, KOCCA에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나 한류가 이제 양적 성장의 시대를 넘어서 질적 성장, 성숙의 시대로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센터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국회엔터테크포럼 글로벌 세미나(2024. 6. 11)

(성) 100% 동의합니다. 제가 전에 어떤 자리에서 한류의 지속성에 대해 얘기하던 중에 ‘한류는 진화하는 문화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한류의 초창기에는 이렇게 유행하다가 사라질 거라 말씀하신 분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말씀하시는 분은 찾기 어렵습니다.  


한류 4.0의 시대를 넘어 이제 5.0의 시대를 여는 누군가가 혹은 어떤 콘텐츠나 상품이 등장할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일방적인 수출보다는 호혜적인 관점에서 우리도 상대 국가에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인력 교류가 될 수도 있고 공동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국가 간 ODA도 한류의 지속을 위해 좋은 장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베트남센터도 일방적인 한류의 전파라는 사고보다는 양국의 사업자가 상호 윈윈 하는 사업구조라야 지속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상대가 지치고 결코 오래가지 못합니다.


(고) 베트남의 한류 확산과 관련하여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업자들, 그리고 유관사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해 주시죠.

KOCCA 베트남 비즈니스센터(하노이, 2024. 6. 20)

(성) 우리 수준이 베트남보다 우월하다는 시각을 갖고 접근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베트남은 우리보다 아직 소득 수준을 포함한 전체적인 경제 수준은 낮지만 콘텐츠에 대한 눈높이는 절대 낮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족할만한 완성도라고 느끼고 우리가 재미있다고 느껴야 비로소 이곳에서도 승산이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 현지 정서에 반하지 않은 콘텐츠라야 이용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하노이의 명문 Vin University

※ 이 글은 인터넷 뉴스 아울렛 <다이렉트미디어랩>과 공유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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