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식물위원회를 넘어 정국 운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방통위를 둘러싼 문제에 있어서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양보하고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인사와 국회에서 야당의 탄핵이무한 반복되고 있다. 국정을 함께 이끌어 가야 할 책임 있는 주체들이 상생이 아닌 공멸의 길로 가고 있다. ‘합의제 위원회’라는 제도가 잘못되었든,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잘못했든 현재 방통위의 상황은 방통위라는 제도의 설계와 운영 양 측면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다.
사진출처: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사진출처: MBC 뉴스 화면 갈무리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원인과 책임을 가리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정운영의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은 당연히 대통령과 여당에게 있다. 야당이 국회를 장악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앞에서 입법권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방통위 문제를 풀 수 있는 ‘절대 반지’는 정부·여당이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를 보면 대통령들이 힘이 없어서 야당과 대화·타협을 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원활한 국정운영, 국민통합 그리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따라서 미봉책이지만 현 방통위를 그대로 둔 채 정상화 방안을 모색한다면, 대통령이 먼저 결자해지의 자세로인사권 등을 통해서 방통위를 둘러싼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이어서 국회에서 여야가 정치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
사진출처: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사진출처: MBN 뉴스 화면 갈무리
참여정부가 국무총리 소속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통해서 설계하고, 이명박정부가 출범시킨 방통위는 당시 글로벌 트렌드였던 ‘방송과 통신의 융합’ 대응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태어났다. 반면 현재 방통위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여 사회적 규범을 재정립하고, 이용자인 국민들을 보호하며,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붕괴 직전에 있는 지상파방송, 케이블TV 등 '클래식 미디어'를 소생시키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이 지속가능하도록 지원도 해야 한다. 때문에 방통위 정상화는 단순히 현 정부 하에서 여야 간 주도권 다툼을 종식시킬 수 있느냐를 넘어서 다음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방통위가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시대적 미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의 기준이자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자료출처: WIPO(2024)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방송과 통신을 함께 규제하는 현재의 방통위, 그래서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합의제 위원회 제도는 고쳐 쓰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번 기회에 방통위 정상화라는 좁은 목표보다는 정부가 해야 할 방송 및 정보통신 미션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의 전면적인 개편까지도 추진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방송과 정보통신 전담 조직을 다시 분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방송과 정보통신 전담 조직을 분리할 경우 방송 전담 조직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처럼 운영의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
※ 이 글은 전자신문(2024.8.19) 특별기획을 위해 제안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