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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새미 아빠 고삼석 Sep 03. 2024

'합치의 원칙'이 방통위를 지배하게 하라!

'합치' 원칙대로 방통위 구성 및 운영해야...

- 민주당,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하기로

- 방통위는 '민주화 산물'이자, 정치적 타협 산물

- 방통위,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복원하라!

- 정부 여당은 법원 판결 무겁게 받아 들여야


1년 넘게 파행을 넘어서 마비 상태에 빠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정상화의 물꼬가 드디어 트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식물위원회'가 된 방통위 정상화에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3일 국회 몫 방통위원 후보자 인선을 위한 절차와 일정 등확정, 발표하다. 만시지탄이다.


현재 방통위 운영을 둘러싼 대통령실·여당 대 야당의 주도권 다툼은 진영 간 대결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어느 쪽도 쉽게 양보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방송 영역을 넘어서 국정 전반의 정상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 최대 장애물이다.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고통스럽다.


출처: MBC 뉴스 갈무리

방통위는 '민주화의 산물'이자, 동시에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추천(3인)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5인의 상임위원들이 토론 및 숙의,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들어진 '합의제 행정위원회'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설치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구현하기 위해서 방통위를 독임제(장관이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합의제 방식으로 구성 및 운영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원장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와 위원회에서 합의제로 처리해야 할 업무(안건)를 분명하게 구분해 놓고 있다. 또한 방송 관련 업무를 비롯한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의 지휘 및 감독권도 적용받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목적이나 결과 못지않게 제도와 절차의 민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방통위 운영을 보면 '껍데기만 합의제'일 뿐, 실제는 독임제 부처의 형식을 띠고 있다.


자료: PD연합회 창립 37주년 특집 설문조사

국회 추천 몫 상임위원은 합당한 이유 없이 임명을 미룬 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2인이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있다. 조직 구성과 운영이 독임제와 다를 바가 없다. 방통위 안팎의 이견과 반대는 조금도 용납되지 않는다. 의사결정과정 또한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블랙박스'다. 합의제 기구의 장점인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은 찾아볼 수 없다.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방통위설치법의 입법목적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2인 방통위 체제'의 문제점은 법원 판결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이 방통위를 상대로 "(2인 방통위 체제 하에서 결정된) 새 이사 임명 처분을 막아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였다.

자료: 경향신문 뉴스 갈무리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로서 수행하는 직무 등은 언론 자유나 방송 자유의 보호영역에 해당하거나 근접한 위치에 있다"며 "방문진 이사 지위는 민법상 법인의 이사 등에 비해 더 두텁게 보호돼야 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판단 근거로 재판부는 "단지 2인의 방통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설치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을 통해 2인 위원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집행정지 판단이라, 본안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방통위의 입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2인 방통위 체제' 결정이 방통위설치법의 입법목적을 위반할 소지가 있고, 그래서 방통위를 '5인 합의제 위원회'로 정상 운영하라는 법원의 일관된 판결을 정부가 무시해서는 안된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행정행위는 적법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것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있을 때 법원의 판결을 통해 행정부를 '사법 통제' 하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의 기본원칙이다.

자료:  뉴시스 뉴스 갈무리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이번 법원의 판결을 '방통위 정상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정치적 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이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 운영을 책임진 세력들의 합당한 자세이다. 특히 지금은 대통령과 여당이 행정권을, 야당이 입법권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양 세력의 대화와 타협, 이에 기반한 협치없이 국정의 정상적 운영은 불가능하다.


때마침 민주당이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을 통해서 방통위 정상화에 협조하겠다고 한 만큼, 대통령실과 여당은 여기에 화답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실과 여당이 야당에게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을 요구해 온 만큼 야당의 입장 전환에 반대할 이유도 없다. 특히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 정부·여당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료: 전자신문 '방통위 정상화' 관련 특집기획

마지막으로 "합의제 행정위원회의 의사형성(결정)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치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법률의 입법목적 등에 부합하는 참여 가능성 등이 보장되거나 각 절차법적 한계 내에 있어야 한다"는 이번 행정법원 판결을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번쯤 다시 상기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지디넷코리아 고삼석 칼럼'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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