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 시대의 개막,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류의 시간적·공간적 확장과 성숙의 전환점이 될 것임. 양적 팽창 위주의 한류 시대를 끝내고 ‘질적 성숙 지향’의 신한류(K-Culture)로 전환해야 함 2023년 초 윤재웅 신임 총장의 취임을 계기로 한류를 동국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제안을 하였음.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은 ▲동국대가 미디어, 연극, 영화영상 분야에 강점이 있고, 불교와 AI융합까지 한류와 연계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고, ▲남산, 남대문, 동대문, 광화문 권역의 문화 및 관광 벨트와 연계할 수 있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다른 대학들보다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한류를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였음
한류융합학술원(DUHA) 출범을 계기로 동국대가 각급 대학 및 기관과 협업을 하면서 한류 관련 정부, 학계 및 업계의 어젠다 설정 등 논의를 주도하기를 기대하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한류를 더욱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람
#2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류는 소셜미디어 및 OTT를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전후 시기를 한류4.0 또는 신한류(K-Culture) 단계로 규정. 그러나 한류가 양적 팽창에 비례하여 '질적 성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계속됨
앞으로도 한류가 지속 가능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숙의 시대로 넘어가야 함. “한류,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할 것인가?”(정호재, 2020), “세계인이 만족하는 깊이와 울림이 있는가?”(정종은, 2024)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함. 지난 30년 한류 역사는 경제와 산업 논리가 문화를 수단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 30년, 60년 ‘새로운 한류’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룬 경제 산업적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가 앞에서 끌고 경제와 산업이 이를 뒷받침해 주는 선순환 구조로 재구조화해야 함
이를 위해 오늘 컨퍼런스의 대주제 ‘한류의 재인식과 지속 가능성’과 발제문의 문제의식을 연결해 보면, 두 가지 논점이 도출됨. 하나는 한류의 위상에 걸맞는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생성AI 시대에콘텐츠 혹은 엔터테인먼트와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임
#3
먼저 한류 정책 패러다임의 문제임. 한류를 정부(정책) 주도형 성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지만, 정부(정책)의 역할이 없었다고 부정할 것도 아님. 한류의 태동과 성장 과정에서 정부는 각종 제도 정비, 금융 지원, 인력 양성과 R&D 지원을 비롯한 인프라 구축 및 해외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서 한류 확산에 기여하였음
시장이 성장, 성숙했다면 그에 맞춰서 정부의 역할 조정이 있어야 함. 그런 차원에서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한류에서 신한류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시의적절했음. 한류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양적 매출 증가와 시장 확대가 주목적이던 기존 한류의 방식을 탈피하여 문화교류를 통한 한류의 성숙과 함께 세계 속의 문화로서 한류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류의 개념과 방향성을 바꾸자는 것”(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이러한 주장은 문재인정부의 한류 정책기조로 반영되었음
한국콘텐츠진흥원 신한류 정책 연구보고서(2018)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책 패러다임이 다시 과거의 국가주도형, 수출주도형 정책기조로 회귀.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윤석열정부 한류 정책’의 3대 목표를 보면, ▲K-콘텐츠 매출 증대, ▲K-콘텐츠 일자리 증가, ▲K-콘텐츠 수출 증대 등 경제 산업 목표만 제시. 한류를 문화 현상이 아닌 산업과 경제의 수단으로만 인식.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할 시기에 양적 팽창 정책으로 후퇴. 그런 면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냉소적 혹은 비판적 접근이 필요함. 정부의 한류 정책 재조정과 정책을 주도하는 정책결정그룹(거버넌스)의 재편이 시급함
문화체육관광부(2023), 윤석열정부 한류 정책 종합보고
#4
다음은 생성AI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의 시대, 기술은 한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우리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임
“예술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다”(The history of art is the history of technology). 인간과 기술, 그리고 예술(콘텐츠)의 상호작용을 연구한 체코 출신 미디어 철학자 빌렘 플루서(Vilem Flusser)에 따르면 예술은 단순한 미적 표현이 아니라 창작자가 사용하는 ‘기술이나 도구’에 따라서 만들어지고 변형되는 존재라고 규정할 수 있음
DINNO 2024 - Future Technology Forum 2024
20세기는 대중 미디어(Mass Media)의 시대였고, 미디어는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냈음. 지난 세기에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의 눈부신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기술의 발전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콘텐츠 산업 발전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표현할 수 있음. 드라마와 가요에서 시작해 영화, 게임, 웹툰 등 다양한 장르의 K콘텐츠를 기반으로 형성, 발전된 한류의 역사도 크게 다르지 않음. 특히 모바일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 OTT의 주류 미디어화 등 미디어 기술 발전과 한류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시장 트렌드의 변화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여줌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생성AI 시대가 개막. 생성AI는 콘텐츠 창작을 비롯한 제작 환경과 플랫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됨. 미국의 대표적인 AI 콘텐츠 스튜디오인 라이온스게이트 스튜디오(Lionsgate Studio)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크리스토발 발렌수엘라(Cristo ́bal Valenzuela)는 "우리는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 작업 환경을 불어넣는 새롭고 강력한 도구(AI)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술의 역사는 곧 기술의 역사이다. 그러나 생성AI로 인한 (본격적인) 변화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라고 설명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생성AI는 한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네 개의 질문을 던짐. ①생성AI 시대의 도래는 한류 확산에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②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강화될 것인가, 약화될 것인가? ③생성AI 기반 소셜 비디어 시대 도래에 따른 한류의 대응 전략은? ④생성AI 시대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한 혁신 방안은?
#5
대주제로 돌아와서 ‘지속 가능한 한류와 한류학의 역할’에 대해 짧게 코멘트. 한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혁신의 역사임. 한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발굴·개척하고, 첨단 기술과의 융합 및 글로벌 플랫폼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해 왔음. 전 세계적인 한류 확산의 원동력은 바로 우리 창작자들과 콘텐츠 현업 종사자들의 뛰어난 ‘혁신 역량’이라고 할 수 있음
국내외 한류 전문가들은 한류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생성AI와 같은 첨단 기술의 활용을 통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음. 지난 30년 동안 한류가 보여줬던 것처럼 끊임없는 내적 혁신을 통해서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질적 성숙’을 이뤄낸다면 콘텐츠와 테크가 결합하는 생성AI 시대에도 한류의 지평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고 단단해질 것임
한류학은 문화학이자 철학이면서 미디어학이고, 사회 현상을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사회학이라고 할 수 있음. 동시에 주로 아시아 지역의 한류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학이라고 할 수 있음. 이런 복합적 성격 때문에 한류학은 융합적 혹은 초학제적 접근이 필요하고, 커리큘럼 개발과 이론적 토대 구축 등의 제도화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함(진달용, 2023). 무엇보다 한류를 문화현상으로 접근·연구하되, 연구대상인 한류 현장과 긴밀한 소통과 교류를 통해서 한류가 보다 단단한 토대 위에서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기대함.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이 맨 앞자리에서 그 역할을 해주기 바람.
※ 이 글은 동국대학교 한류융합학술원(DUHA) 개원 기념 컨퍼런스(2024.11.1)에서 발표한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