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박균호

책을 향한 열망의 다양한 방식 혹은 사라져버린 것들을 향한 책수집가의 향

by 우주에부는바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라는 부제처럼 책은 주로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어떤 책들을 향한 애정에 다름 아니다. 고조부의 장서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 책 좋아하는 작가는 인구에 회자되기는 하지만 막상 구하려고 나서면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책들을 향하여 더욱 큰 애정을 보낸다. 쉬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더욱 간절한, 그 책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 묻어난다고나 할까.




그렇게 책을 읽다말고 나도 불현듯 1988년에 출판되었던 장정일의 (당시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던 장정일의 매우 파격적인, 대충 내용을 기억해보자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 소년과 그 소년을 강간하던 한 죄수 사이의 동성애, 그리고 권력 관계의 뒤바뀜에 대한 것이었던 듯...)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신춘문예에 등단하면서 베스트셀러 대중작가의 길을 걷던 김인숙이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발표한 <79-80 겨울에서 봄 사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책의 저자와는 달리 나는 분명히 내 수중에 있었던 이 책들을 어느 순간부터 볼 수 없게 되었고, 오히려 그것이 더욱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물론 이제는 다른 곳에서 구하는 것도 쉽지 않는 책들이 되었다. 다만 김인숙의 <79-80 겨울에서 봄 사이>를 가져간 이가 누구인지는 대략 짐작이 가는데, 그게 또 너무 오래 전 일이다보니 새삼스럽게 말을 꺼내기도 뭣하다. 게다가 여태 간직하고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고 말이다.


“내가 정의하는 진귀한 책이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에 열정을 기울여서 완성된 책’이다.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진귀한 책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런가하면 떡하니 나의 책장에 버티고 있는 이윤기의 세 권짜리 <하늘의 문>이라는 소설은 저자와 같은 책수집가들에게는 꽤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의 자리에 있다고 하니 괜스레 으쓱하게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이 책 수집가가 가지고 있는 몇몇 책들이 나의 책과 겹친다는 사실이 은근한 즐거움을 준다. 딱히 수집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때에는 꾸준히 책을 구매한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책에는 이러한 절판된 책에 대한 사랑을 헌 책방을 순회하고 웃돈을 주고라도 직적 거래를 하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고,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모으는 전작주의 과정이나 오래된 전집류를 한 권 한 권 수집하여 결국 완전한 형태로 만드는 지난한 작업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 내용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나도 작가의 혹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다른 수집가들의 욕망이 내 안에도 꿈틀대고 있음을 직감하게도 된다.


그렇지만 나는 역시 책을 수집하는 일 보다는 책을 읽는 일에서 더욱 흥겨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흥겨움의 순서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책을 읽는 내내 전작주의나 전집 완성의 욕망 보다는 <경악본 101책, 워니매거진, 1999>, <구별짓기, 피에르 브르디외, 최종철 역, 새물결, 2005>, <사생활의 역사, 피터 브라운, 주명철 역, 새물결, 2002>, <책, 강유원, 야간비행, 2003>, <한국의 자생풍수, 최창조, 민음사, 1997> 과 같은 책들을 읽고 싶다는 열망에 시달릴 수밖에...



박균호 / 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 바이북스 / 268쪽 / 20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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