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현대의 정수를 파고드는 시니컬한 이미지의 향연...
*1997년 1월 22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이기 팝, 루 리드 등 얼터의 조상들이 배경 음악으로 깔리면서 다섯 젊은이들이 흡입하는 마약 그리고 경험하는 섹스를 테마로 한다. 당대의 문제적 중심을 향한다는 컨셉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형식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시종일관 빠른 템포로 컷이 나뉘고 마약에 찌든 등장인물들이 겪는 환상 또한 그 누추함이 지저분한 영상 안으로 가득하다.
영국의 북부... 랜튼, 배기, 식보이, 스퍼트, 토미는 친한 친구들이다. 이들은 왕엄마라는 (도대체 무슨 단어를 이렇게 해석해 놓은 것일까?) 마약 공급업자로부터 상습적으로 마약을 공급받으며 자신들의 젊음을 썩히는 중이다. 물론 이들 중 배기와 토미만은 마약을 아주 나쁜 것이라며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모범적인 것은 아니다. 배기는 폭력적인 자신의 성향을 공공연히 행하고 다니며, 토미는 자신의 여자친구와의 정사를 비디오로 남겼다가 동네 비디오샵에 팔기도 하는 파렴치한이다. 그렇게 이들은 시시각각 자신들의 삶을 파멸시키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랜튼과 스퍼드는 쇼핑몰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히고 스퍼드는 이로 인해 구속되고, 랜튼은 재활 기관에 수용되는 것을 전제로 풀려나지만 다시 마약을 하다가 부모에 의해 방안에 갇힌다. 또한 마약업자의 방에서 누구의 아이인지 모르는 한 아이가 마약을 집어먹고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랜튼은 결국 마약을 끊을 결심을 하고 런던에서 착실하게 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랜튼이 있는 그곳으로 배기가 도망쳐 오고 식보이 또한 일거리를 찾아 그곳으로 찾아든다. 그리고 결국 이들의 주선으로 훔친 마약을 다른 동료들과 함께 파는 작업에 나선다. 이렇게 해서 갖게 된 거액의 돈을 랜튼은 동료들의 우두머리로 행사하는 배기의 손아귀에서 훔치고, 그 돈뭉치 중 하나를 스퍼드를 위해 남긴다. <쉘로우 그레이브>에서 마룻바닥에 숨겨 놓은 돈을 생각하며 웃던 이완 맥그리거는 이번에도 홀로 돈을 들고유유히 사라진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나마 순진함이 남아 있는 동료 스퍼드를 위해 하나의 돈뭉치를 남겨 놓는다는 정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겪는 방황(특별히 영국이라는 설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문명화된 서구의 젊은이들이 겪는 그리고 우리들 또한 그 속으로 한 걸음씩 옮기고 있다고 생각되는)을 빠른 템포의 장면 전환, 시끄러운 사운드, 마약, 섹스, 범죄라는 이미지들의 향연과 함께 꾸미고 있는 처절할 정도로 시니컬한 영화이다.
트레인스포팅 (Trainsportting) / 대니 보일 감독 / 이완 맥그리거, 이완 브렘너, 조니 리 밀러, 케빈 맥키드, 로버트 칼라일, 켈리 맥도널드 출연 / 93분 / 1997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