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집》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작가들의 방 혹은 집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by 우주에부는바람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 <천사의 게임>에는 소설 속의 작가인 다비드의 집에 대한 묘사가 상당 부분 등장한다. ‘탑의 집’이라고 불리우는 다비드의 작업 공간도 그렇고 페드리 비달의 저택도 그렇고, 글을 쓰는 자들을 독려하는 공간으로서 작용하는 그들의 거주지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저절로 그 공간이 떠올려지고는 했다. 그렇게 그 소설을 모두 읽었는데, 마침 침대 옆에 <작가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유명 작가들의 창작 공간을 들여다보는 기획 산문집이 놓여져 있으니 이것도 우연은 우연이구나 집어들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한 책이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는다. <보그 이탈리아>와 <카사 보그>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도 <보그 파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작가는 딱 그만큼, 그러니까 유명인사들의 집에 대한 대중적인 호기심을 딱 수박 겉핧기 식의 방식으로 핥았다고나 할까. 여덟시인가에 최양락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손석희, 김중배, 배철수 등의 인물이 나와서 (는 아니고 배칠수가 모두 흉내를 내어서)시사를 논하고는 스스로 후루룩, 수박 겉핧는 소리를 내며 마무리를 하고는 하는데, 딱 그 정도 수준이다. 물론 최양락의 프로그램은 재미라도 있지...


“... 밖으로 철제 계단이 나 있는 방은 집필실이 되었다. 작가의 피난처요, 창작의 공간이었다. 벽을 따라 선반을 놓고 책을 정리하고, 단순한 원탁에 시가 공장에서 구입한 가죽 등받이 의자를 두고 일했다. 그는 매일같이 조용히 있기 좋은 아침마다 집필실에 갔다. 하루 여섯 시간씩 규칙적으로 일했다. 몇 년간 스스로 세운 엄격한 규칙에 따랐다...”


작가들의 창작 공간을 제대로만 들여다본다면 그의 창작에 숨겨진 비의의 아주 작은 단초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 모두는 세계적인 명작이 탄생한 책상이 궁금하고, 작가가 소설을 구상하면서 거닐었을 그들의 뜨락이 궁금하다. 하지만 충분한 사진을 곁들이고 있음에도 싱크로율이 떨어지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아쉬움만 잡초처럼 무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예 가치가 없는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겠다. 혹시 자신의 소설 속에 작가를 끌어들일 계획을 가지고 있는, 특히 그 작가가 아주 위대한 작가에 속한다면, 예비 창작자라면 조그만 사진으로나마 그들의 사적인 집필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지만 책에 실린 사진은 이미 그들 사후에 박제화된 공간이라는 것쯤은 염두에 두어야 할 터이다. 여하튼 이렇게 수박 겉핧기로나마 쓰다듬고 지나간 작가들은 다음과 같으니 혹시 이들의 집필 공간이 궁금하다면 책을 찾아보아도 무방하겠다.


헤르만 헤세, 마르그리트 유르스나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비타 색빌웨스트, 알베르토 모라비아, 마크 트웨인, 셀마 라게를뢰프, 버지니아 울프, 장 지오노, 카렌 블릭센, 카를로 도시, 딜런 토마스, 장 콕토, 로렌스 더럴, 윌리엄 포크너,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크누트 함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페이르 로티,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 그리고 마르그리티 뒤라스가 ‘창작과 고독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프롤로그를 작성했다.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저 / 에리카 레너드 사진 / 이세진 역 / 작가의 집 : 책들이 탄생한 매혹의 공간 (Maisons d'Ecrivains) / 윌북 / 392쪽 / 2009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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