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돌아다니는 모험이 있다면 꽃등에 채집에 몰입하는 모험도...
“세 가지 주제가 있다. 바로 사랑, 죽음, 파리. 인류가 세상에 나온 뒤로 이 감정, 이 두려움, 이 존재가 늘 따라다녔다. 남들은 앞의 두 가지 현상을 다루면 된다. 나는 파리를 맡겠다. 파리가 여자들보다 낫진 않지만 남자들보다는 나으니까.” - 아우구스토 몬테로소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자인 프리드리크 셰베리가 천착하는 곤충은 파리목 꽃등에과에 속하는 꽃등에들이다. 꽃등에는 얼핏 보면 벌과 구분이 되지 않지만 파리의 일족이다. 꽃등에가 벌을 닮은 모양을 취한 것은 새의 눈을 피하기 위함이며, 벌과 마찬가지로 꽃을 먹고 꽃가루를 나르는 역할을 한다. 구글에서 이미지를 찾아보면 알겠지만 등에와는 그 모양이 사뭇 다르다.
“이 남자는 딱 한 가지 물건만 수집한다... 당연히 물건 하나만 가지고는 수집품 목록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반론이 있겠지만, 남자는 광적인 수집가의 희비극적 특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더 좋은, 더 훌륭한 표본을 부단히 찾아 나서다가 맞는 것을 찾아내면 전에 있던 것을 곧바로 없애 버린다. 그러면 물건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나만 있게 된다. 고상한 취향과 탁월한 솜씨가 알려지고 그것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적이고 강렬한 욕망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수집 대상이란 자기 자신이고, 가장 결정체 같은 형태 안에 있는 자아도취적인 수집가이다.” (p.102)
스웨덴 출신인 저자는 생물학, 지질학과 함께 곤충학을 공부하였고, 현재는 가족들과 함께 스톡홀름 군도의 섬에 살면서 꽃등에를 수집한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꽃등에만 수집한다. 에게? 라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파리목 꽃등에과에 188속 6,000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모습을 감춘 지 오래인 꽃등에를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것을 그 지역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이미 파괴되어 버린 곳이라서 다들 조사하는 데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는 벌목 지대에 남은 나무그루 하나를 채집하면서 몇 년 동안 목록 작성에 매달렸다. 참 요상하게도 거의 100제곱킬로미터나 되는 넓이에서 채집하고 목록을 작성한, 남들과 비슷한 수의 멸종 위기 곤충을 바로 그 그루터기 한 군데에서 발견했다.” (p.164)
책의 제목이 ‘파리덫’인 것은 저자가 파리덫을 이용하여 꽃등에를 채집한다는 사실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파리덫의 발명가인 레네 말레스 때문이다. 저자가 스톡홀름 군도의 한 섬에 칩거하듯 하며 곤충을 채집한 것과 달리 레네 말레스는 세계를 떠돌며 모험가의 삶을 살았다. 여성 편력도 만만치 않았고, 말년에는 엉뚱한 관심사들로 시간을 허송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내 파리덫은 미제라 어울리지 않게 너무 커서 뭍에서 온 친구들은 내가 파티용 텐트라도 사들인 줄로 안다. 모델 이름은 ‘메가 말레스 트랩’인데 길이가 6미터이고 높이가 3미터이다. 이뿐만 아니라 채집 용기가 이중으로 달려 있다. 정말 괴물 수준이다. 이것보다 더 효과적인 덫은 없다.” (p.42)
괴물 수준의 파리덫을 발명한 말레스에 대한 저자의 관심도 괴물 수준에 가깝다. 저자는 그가 남긴 문서들을 넘겨받아 살펴가며 그의 행적을 쫓는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말레스의 이야기가 뒤죽박죽인데 결과적으로는 어느 순간 겹쳐지게 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렘브란트 위작 하나를 경매를 통해 수집하게 되는데, 저자는 그것이 말레스가 수집한 미술품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텔레비전은 자연을 영화처럼 보도록 우리를 가르쳤지만 그것은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는데, 자연은 즉시 파악하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갔을 때는 설명해주는 내레이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웅대한 미술작품과 달콤한 음악처럼 느껴지지만 문외한에게는 대부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외국어 텍스트 덩어리가 된다. 그러니까 내가 왜 꽃등에 채집을 하는지 질문을 받을 때 나올 가장 좋은 대답이란 결국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여태까지 나의 것이었던 유일한 언어로 쓴 작은 활자를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다는 얘기이다.” (p.230)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 책의 장르가 대한민국에서 어떤 식으로 분류될지 궁금하다고 하였는데 결국에는 스웨덴에서와 마찬가지로 에세이로 정리된 것 같다. 사실 책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 자유분방하다. 그 자유분방함이 문장에도 고스란히 묻어 있는 탓인지 읽어내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파브르 곤충기 이후 곤충학자가 쓰는 에세이로는 처음인가 싶기도 하다.
프레드리크 셰베리 Fredrik Sjöberg / 신견식 역 / 파리덫 (Flugfällan) / 열화당 / 284쪽 / 2019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