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에서 스켑틱까지, 정기간행물을 징검다리 삼아 여기까지...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 거슬러 오르자면 나의 첫 번째 잡지는 <소년중앙>이다. 당시의 초등학생들은 <소년중앙>과 <어깨동무> 중 하나를 보았는데 그러니까 나는 소년중앙파였던 셈이다. 어디서 어떻게 구매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서점보다는 문방구에서 사지 않았을까 싶다. 두꺼운 종이를 오리고 접고 붙여서 만드는 모형이 부록으로 들어 있고는 했다. 어느 호에선가 나무와 프로펠러 등속의 부속을 조립하여 흙바닥에서 날아오르도록 구동시키는 비행기가 들어 있었다, 는 기억이 얼핏 떠오른다. 하지만 이후 어마어마한 두께의 <보물섬>이 등장하였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정말로 언젠가부터 잡지란 싼(혹은 공짜) 매체, 그럼에도/그래서 책보다 얻을 게 없는 매체로 여겨지는 것 같다. 사실일 수도 있다. 잡지에서 문득 대단한 교훈을 발견하고 단박에 인생이 바뀔 리는 (적어도 내 경우라면) 없다고 생각한다. 노트 한 구석에 몰래 적어두고 싶을 만큼, 떠오를 때마다 펼쳐보며 감동할 만큼 마음을 때리는 글귀 역시 잡지보다는 책에서 찾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잡지의 훌륭한 점이다. 보는 이를 가르치려 하거나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실용적인 태도로 슬쩍 말을 건넬 뿐이다. ‘이거 어때?’” (p.13)
중학교를 다닐 때 어떤 잡지를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리더스 다이제스트> (아마도 한국판)와 <한국인>이라는 작은 사이즈의 잡지가 때때로 집에서 발견되었고, 그것들을 읽었던 것 같다. <한국인>에 연재되던 한승원의 소설을 읽었던 것 같고, 그 소설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삼고 있었던 것 같으며, 고전이 아닌 당시대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것은 그것이 나의 첫 번째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사람들은 잡지를 잘 읽지 않는다. 요즘의 일인지 예전부터 그래왔는지는 모르겠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잡지에 별 관심이 없는거 아닐까?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은 많지만, 잡지를 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수요는 없고 공급은 많다.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다. 잡지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 ‘사람들은 잡지를 잘 읽지 않는다’는 말 앞에 ‘요즘’이라는 조건을 추가한다면, 명확한 원인은 하나 있다. SNS..." (p.83)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잡지라고 할 만한 것을 볼 여력이 없었다. 다만 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후로 <월간 팝송>이라는 잡지를 한동안 읽었다. 락 밴드의 변천사 같은 것을 두루두루 꿰기 위해서였는데, 그 계보를 열심히 외워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와 지식을 겨루고는 했다. 하지만 입시의 압박 속에 <월간 팝송>을 구매하는 것도 그만두었고, 이후 <핫 뮤직>이나 <Sub>와 같은 잡지를 사게 될 때까지 한동안 음악 잡지를 읽지는 못했다.
“나는 ‘그게 꼭 있어야 돼?’라는 말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무언가는 아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다만 있으면 더 좋은 것들, 더 알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왜 기본만 챙기면서 살아가야 할까. ‘가성비’의 세계에서 벗어나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 무언가를 보고, 사고, 해보며, 우리는 조금 더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p.105)
대학 진학 후에는 잡지를 구매해서 보는 일은 한동안 없었다. 대신 각종 계간지나 무크지를 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창작과 비평>, <실천문학>, <문학과 사회>, <문예중앙>을 되도록 빼먹지 않고 읽었고, <외국문학>, <오늘의 소설>, <세계의 문학>, <작가 세계>, 월간 <현대문학> 등을 띄엄띄엄 샀다. <노동해방문학>, <우리사상>, <노둣돌>과 같은 간행물들도 아직 책장에 남아 있다.
“... 나는 잡지를 만드는 행위 그 자체보다 다른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잡지를 계속해서 만들지 않아도 상관 없다. 나는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고 특성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일을 사랑한다. 그렇게 만나 각자의 개성을 굳이 깎아내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사랑한다. 그 불균질함을 동력 삼아 매력적인 잡지를, 느슨한 모임을,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사랑한다.” (p.148)
90년대 말 이후에는 가벼워진 계간지를 비롯해 다양한 잡지들을 읽기 시작했다. <문학동네>가 나왔고, <상상>과 <REVIEW>와 같은 계간지는 창간호부터 마지막호까지 가지고 있게 되었다. 영화 잡지인 <키노>를 비롯해 주간지인 <씨네21>, 책에 대한 잡지인 <베스트셀러>, 인터뷰 전문지였던 <나이고싶은나>, 대중문화 잡지인 <lunchbox>, 과학 잡지인 <과학동아>, 페미니즘 간행물이었던 <if>를 읽었다. 그리고 이제 <씨네21>과 <과학동아>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이 잡지들을 찾아볼 수 없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더 많은 잡지들을 읽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정기간행물들을 여러 개 읽고 있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문학동네>는 여전히 계절이 바뀌면 찾는다. <Axt>와 <Littor>, 과학 잡지인 <스켑틱>도 꾸준히 사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그 내용을 모두 읽지는 못한다. 목차라도 훑어보려고 하는데 그조차도 잊을 때가 많다. 어쨌든 <소년중앙>에서 여기까지 왔다.
황효진 / 아무튼, 잡지 / 코난북스 / 148쪽 / 2017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