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역사적 논쟁거리이자, 흥미로운 질문이 아닐까 싶다.
촉한의 명재상이었던 제갈량과 위나라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사마의는 서로 다른 전략과 인내심으로 삼국 시대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다.
우리가 이들의 승패를 단순히 군사적 승리나 정치적 성취만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해서, 이 둘에 관해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한다.
먼저, 제갈량은 뛰어난 전략가이자 정치가로서 촉한의 국정을 이끌었다. 그는 유비 사후 쇠락해 가는 촉한을 부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북벌을 시도했으며, 법치와 행정 개혁을 통해 내정을 강화했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인 한계를 넘지 못했다. 촉한의 인적•물적 자원은 한정적이었고, 그의 북벌은 지속적인 실패를 거듭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충성과 헌신을 다한 인물이었다.
반면, 사마의는 인내와 전략적 안목을 바탕으로 조 씨 왕조를 무너뜨리고 사마씨 정권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제갈량의 북벌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며,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승리를 거두었다.
사마의는 단기간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보다, 오랜 세월 동안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며 실권을 장악했다. 결국 그의 후손들은 진나라를 세우며 삼국시대를 종식시켰다.
그렇다면 승자는 누구인가? 단기적인 전장에서만 본다면 제갈량은 패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후세에 길이 남아 있으며, 지략과 충성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사마의는 현실적인 승리자로서 역사적 흐름을 바꾸었고, 후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승패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만일 군사적, 정치적 성과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사마의가 승자일 것 같다.
그러나 충성과 헌신 그리고 인류가 본받을 만한 가치의 측면에서 본다면 제갈량이 패자는 아닐 것 같다. 많은 중국인이 사마의를 약삭빠른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제갈량과 사마의의 승부는 단순한 전쟁의 결과로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시대를 초월하여 두 사람의 삶과 전략을 돌아볼 때, 우리는 승리란 단순히 권력의 획득만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남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참고로, 중국인은 '관우'를, 한국인은 '제갈량'을, 일본인은 '조자룡'을 가장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