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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캅, 베드캅" 전략의 민낯

정치 무대의 심리전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정치는 힘의 균형을 잡는 예술이며, 협상은 그 중심에서 작동하는 섬세한 장치다. 말과 제스처, 침묵과 메시지가 모두 의미를 가지는 정치의 세계에서 "굿캅, 베드캅"(Good Cop, Bad Cop) 전략은 이제 고전이자 현실이다.


이는 단순한 협상 기술이 아니라 , 권력과 심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등장하는 정치적 도구다.


첫째, 정치권의 "이중 플레이' : 전략인가, 기만인가


"굿캅, 베드캅" 전략은 보통 외교나 협상장에서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정치판 전반에 걸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 간의 줄다리, 개혁 법안에 대한 내부 조율, 심지어 한 정당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여론을 관리하는 데 이 전략은 쓰인다.


가령, 여당 내에서 어떤 개혁 법안을 추진할 때, 한 인사는 강경 발언을 내세우며 반대 세력을 자극한다(베드캅).


그 뒤 다른 중도 성향 의원이 나서 "조율과 대화가 필요하다"며 타협안을 제시한다(굿캅).


이 구조는 국민에게 "그래도 이 정당은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이미지를 제공하며, 동시에 실질적 목표인 개혁 안 통과를 위한 여론 무마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예컨대 당 지도부가 어떤 논란에 직면했을 때, 일각에서는 감정적 대응이나 강경한 발언으로 긴장을 유발하고, 다른 측에서는 사과나 대화 시도를 통해 봉합에 나선다.


의도된 분열처럼 보이지만, 이는 하나의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외교의 최전선에서: 굿캅과 베드캅, 국가의 두 얼굴


국제 외교는 "굿캅, 베드캅" 전략이 가장 세련되게 작동하는 무대다. 특히 한반도 정세를 중심으로 이 전략은 오래전부터 정교하게 구사되어 왔다.


예컨대,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베드캅'은 국방장관이나 보수파 정치인이 맡는다. 그들은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식의 강경 발언을 내놓는다.


동시에 국무부나 유엔 대사 등은 인도적 지원, 조건부 대화, 비핵화 협상 재개 등의 메시지를 전한다.


북한은 이러한 메시지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쪽과의 교섭을 원하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전략의 타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중국, 러시아, 이란 등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반복적으로 활용된다. 강경 조치와 유화 제스처를 병행함으로써, 상대국이 "외교적 출구"를 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들통났을 때다. 전략이 노출되는 순간, 상대는 협상 의지보다 불신을 먼저 갖게 되며, 장기적인 외교 관계에 독이 된다.


셋째, 전략의 한계와 정치 윤리의 경계


"굿캅, 베드캅"은 심리 전략이지만, 정치적 정당성을 시험받는 순간 그 한계를 드러낸다. 유권자가 이 전략을 인지하고, "이중 플레이"로 인식하는 순간 정당성은 급격히 약화된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명성은 정당의 신뢰 기반이다. 여론을 조작하거나 갈등을 인위적으로 조장하는 정치 전략은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정치 불신과 냉소를 불러온다.


또한, 이 전략은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을 '역할극'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진짜 갈등인지, 전략적 분담인지를 유권자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치의 진정성이 손상되기 쉽다.


전략이 계속 반복되면, 국민은 "이건 또 짜고 치는 고스톱이군"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정치 전략의 신뢰 붕괴는 곧 체제의 피로도로 이어진다.


넷째, 진정성 없는 정치, 전략으로는 못 버틴다


"굿캅, 베드캅" 전략은 정치의 언어로 치환되면 "갈등 조장 후 수습", "강경론 뒤 온건론", 혹은 "지도부의 이중 메시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렇다고 지도부가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전략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거나, 정치적 성찰 없이 반복되는 도식이 될 때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이 조정이고, 전략은 그 도구일 뿐이다. 도구에 매몰되어 정치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정성 있는 소통과 투명한 입장 표명은 정치인의 기본 의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심리전보다 더 강력한 전략은,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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