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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보수, 다시 설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재건을 위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정치사의 커다란 격랑 속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기록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전원 일치 탄핵 인용, 그리고 조기 선거라는 비극적 결말은 보수 정치 진영 전체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특히 국민의힘은 정권의 붕괴와 함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중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친윤'과 '친한'이라는 해묵은 진영 논리에 갇혀 내부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국민은 등을 돌렸고, 선거에서는 참패했다. 보수의 가치가 아닌, 권력 유지를 위한 충성 경쟁이 당의 중심을 차지했던 결과다.


이 혼란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적 쇄신이나 구호 차원의 반성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이고 철학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탈윤 중심"이 아닌 "탈개인 중심"의 정치로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친윤'이냐 '친한'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정당이 특정 개인에 종속된 구조 자체를 과감히 벗어야 한다.


한 개인의 정치적 판단이 곧 당론이 되고, 그에 따른 이견은 배신으로 간주되는 폐쇄적 문화는 보수의 건강한 다양성을 말살해 왔다.


이제는 "윤석열 이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이후"도 필요 없는 정당 운영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보수의 철학을 복원하라


국민의힘은 원래 보수 정당이다. 보수란 무엇인가? 급진적 변화를 경계하고, 법치주의와 시장 경제를 중시하며, 국가의 정체성과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국민의힘은 이런 가치보다 오히려 권력 유지를 위한 술수, 선동적 언사, 그리고 극단적 반대 정치를 일삼았다.


이로 인해 "보수다운 보수"를 바라는 중도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렸다. 이념적 기반과 철학을 재정립하고, 실용적이고 품격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세대교체와 지역주의 타파


더는 "영남 텃밭"에 안주해선 안 된다. 정당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의존할 때, 전국 정당으로서의 확정성은 요원해진다.


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장년층 중심의 보수 정치에서 벗어나, 청년들에게 문을 열고 새로운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야 한다.


청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의제, 그리고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넷째, 책임지는 리더십, 말이 아닌 행동으로


탄핵과 선거, 그리고 선거 참패까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정치적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다.


지도부는 사퇴하지만 또다시 비슷한 얼굴들이 돌아오는 구조에서는 아무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책임지는 정치, 실패에 대한 명확한 성찰과 퇴장이 뒷받침될 때만이 국민은 "변화의 진정성"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 다시 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 조직이지, 권력을 위한 이익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이 뼈아픈 교훈을 새기고, 근본적 체질 개선에 나선다면, 무너진 보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지금은 비난이 아니라, 변화의 용기를 보여야 할 때다. 새로 선출된 송언석 원내대표가 과연 '친윤' 꼬리표를 떼고 과감한 "변화와 쇄신"을 추구할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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