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언어가 아닌 실천에서 비롯된다
정치는 말로 시작되지만, 행동으로 완성된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나, 행동은 세상을 움직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공약을 내세우고, 장외와 단상에서는 고성으로 각자의 신념을 외친다.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말하지만, 정작 그 말들이 현실에서 체감되는 경우는 드물다.
정치는 더 이상 말의 무게로 평가받지 않는다. 이제 국민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정치를 원한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첫째, 공허한 언어의 피로감
요즘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언어에 점점 더 피로를 느낀다. 과거엔 웅변처럼 울려 퍼지는 정치인의 언사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심지어 사회를 움직이기도 됐다.
하지만 이제는 반복되는 공약과 책임 회피, 말 바꾸기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말보다 "실천 여부"를 중시하게 되었다.
정치가 신뢰를 잃는 이유는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말은 점점 더 정교하고 세련되어 있지만, 그 말이 실제 행정과 입법, 사회개혁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말만 앞세운 정치는 결국 기만이며, 대중을 현혹하는 수사일 뿐이다.
둘째, 말의 책임은 실천으로 완성된다.
정치에 있어서 말은 약속이고, 행동은 그 약속에 대한 책임이다. 책임지지 않는 말은 거짓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서도 정작 편법 인사와 특혜를 일삼으면, 국민은 그 정치인의 언어를 믿지 않는다.
"국민 통합"을 외치는 이가 반대 진영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멈추지 않는다면, 말의 무게는 스스로 가벼워진다.
현실 정치에서도 이런 모순은 반복된다. 예컨대, 지난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장으로 많은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그러나 이후 고위 공직자의 자녀 입시 논란, 내로남불식 대응은 그 말의 진정성을 무너뜨렸다. 반면, 조용히 실천으로 일관하며 신뢰를 쌓은 정치인도 있다.
보수 진영 내에서 정책 중심으로 브랜딩에 성공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은 군불 없는 말 대신 지역민과 약속한 행정을 실현해 눈길을 끌었다.
셋째, 실천하는 정치가 신뢰를 만든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은 말이 아니라, 행위에서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정치인의 연설이 아니라, 그가 실제로 어떤 법안을 발의했고, 어떤 정책을 밀어붙였는지, 또 얼마나 국민의 삶을 개선했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최근의 현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외친 정치인들이 정작 청년 고용률과 주거 문제 개선을 위해 어떤 입법을 추진했는지 되묻게 된다.
"약자와의 동행"을 외치며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에 동의하는 것은, 말과 행동이 얼마나 쉽게 괴리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의당은 오랜 기간 동안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는 언어를 사용했지만, 실제적인 성과 부족과 내부 갈등으로 인해 존재감이 약화되었다.
또 거대 양당은 서로를 향한 비난에는 적극적이지만, 민생 법안 처리에는 손을 놓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현실이 국민의 정치 불신을 부추긴다.
넷째, 말로 포장된 정치, 이제는 그만
국민은 듣고 싶은 말보다 보고 싶은 행동을 원한다. 진정한 정치는 조용하게 땀 흘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전면에 나서 "내가 했다"라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에게 국민은 신뢰를 보낸다.
윤석열 정부 또한 "국민 중심", "민생 우선"을 내걸었지만, 갑자기 "비상계엄"이라는 똥볼을 차는 바람에 국민에게 신뢰보다 오히려 혼란을 줬다는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탄핵 태풍 속에 갑자기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대산 패배 원인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거듭나야 할 국민의힘은 지금 자중지란의 늪에 빠진 것 같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특히 당 대표 후보들 간에 벌이는 이전투구 식 발언은 "전당대회" 의미마저 의심받게 한다. 이런 와중에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건 무슨 희망이 있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나면, 대립과 전쟁의 언어가 아니라,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실용적 정치가 복원됐으면 한다. 여당에서도 국민의힘 해산 운운하는 질 낮은 정치 행태를 거둬들이고 상생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다섯째, 행동하는 정치, 그것이 답이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예술이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일관된 행동에서 나온다. 신뢰를 얻기 위해선 국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하며, "보여주는 정치"가 아닌 "실천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는 말의 기술이 아니다. 진짜 정치는 조용히 행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