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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존중

관계의 진짜 힘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아름답다. 드라마와 소설, 노래들은 끊임없이 "사랑만 있다면"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랑이 있어도 관계는 쉽게 깨지고, 존중이 없으면 사랑은 곧 상처로 바뀌기 쉽다.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중이다."


이 말은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처음에는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의 진짜 본질을 들여다볼수록 이 말은 점점 더 깊이 와닿는다.


첫째, 사랑은 감정, 존중은 태도


사랑은 흔히 감정에서 출발한다. 호감과 끌림, 애정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휘감는다. 그러나 감정은 불안정하다.


기분에 따라 요동치고, 사소한 오해나 갈등에도 쉽게 상처받는다. 반면, 존중은 일관된 태도다. 내가 상대를 대하는 방식, 그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자세가 존중이다.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도, 태도는 선택이고 훈련이다. 연인 사이든, 부부 사이든, 친구 관계든 마찬가지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상대를 얕보거나 지배하려 드는 태도는 결국 관계를 병들게 만든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상대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삶의 방식에 간섭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소유에 가깝다.


둘째, 부모 자식 사이에도 필요한 것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 세상의 그 어떤 사랑보다도 간절하고 깊다. 그러나 자식을 존중하지 않는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된다.


자녀의 선택을 무시하고, 의견을 억압하며, 자신이 옳다는 확신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국 "과잉된 사랑"의 이름을 빌린 통제일 수 있다.


사랑은 줄 수 있지만, 존중은 배우고 익혀야 한다. 자녀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 그것이 '존중'이다.


존중받은 아이는 자존감이 높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셋째, 사랑 없는 존중이 가능한가?


반문할 수 있다. 사랑이 없는 존중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예의를 갖춘다.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고, 버스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그것은 사랑이 아닌 존중의 표현이다.


즉, 사랑 없는 존중은 가능해도, 존중 없는 사랑은 오래갈 수 없다. 존중이 결여된 사랑은 쉽게 일방적이 되고, 상대를 압박하며, 상대를 "내 방식"으로 바꾸려 들게 마련이다. 결국 그 관계는 균형을 잃고 무너진다.


넷째, 사랑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일찍 배운다. 하지만, 존중하는 법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깝기 때문에 괜찮다.", "내 사람이니까 이해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소중한 사람에게 더 함부로 대하는 일이 많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 존중해야 한다.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힘은 열정이 아니다. 섬세한 배려, 말과 행동에서 드러나는 존중의 무게가 그 관계를 지탱한다.


언급한다면, 사랑은 관계의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존중은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기반이다.


"사랑은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존중 없이는 지켜낼 수 없다"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가 사람보다 먼저, 그리고 더 깊이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존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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