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글로 길어 올리는 일
글을 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에 부딪친다. "수필,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까?"
짧은 글 속에 마음을 담으려 하면 막막하고, 솔직하게 쓰려하면 너무 노출되는 듯 불편하다. 그러나 수필은 그 불편함 속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속살을 조금씩 드러내는 용기, 그것이 수필의 첫걸음입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야기'보다 '느낌'을 사야 한다.
수필은 사건의 기록이 아니다.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적는다면 그것은 일기이고, 사실을 분석한다면 그것은 논설이다. 수필은 그 사이에서 '느낌'을 길어 올린 글이다.
이를테면 봄날의 벚꽃을 "예쁘다"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내 마음 한쪽이 왜 허전했는지를 탐색하는 글이다. 느낌의 뿌리를 찾는 글, 그것이 바로 수필이다.
둘째, 화려한 문장보다 "진심의 결"이 중요하다.
좋은 수필을 읽다 보면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글쓴이의 마음이 조용히 스며든다. 문장보다 진심이 먼저인 글이다.
요즘 글을 쓰려는 이들이 문체에 너무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필은 꾸며 쓴다고 깊어지지 않는다. 문장은 살아온 만큼 익어야 한다.
억지로 꾸미지 말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해야 한다. 세월이 만든 언어의 무게를 믿으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주제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좋은 수필은 늘 평범한 일상에서 태어난다. 오래된 손목시계, 낡은 연필, 식탁 위 찬물 한 컵도 훌륭한 소재가 된다. 중요한 건 사물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연을 꺼내는 눈이다.
어느 날 문득, 멈추어 서서 사소한 것을 깊이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면, 이미 당신은 수필가의 마음을 가진 셈이다.
넷째, 독자는 '공감'을 찾는다.
수필의 목적은 자기 고백이 아니다. 독백을 통해 타인의 마음과 닿는 일이다. 내가 느낀 슬픔을 솔직히 썼을 때, 누군가 "나도 그랬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공감의 순간 글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선다. 그래서 수필은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진정한 수필은 나의 체험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되살리는 글이다.
다섯째, 쓰는 글은 살아가는 일이다.
수필을 잘 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잘 사는" 것이다. 경험이 깊어야 글이 깊다. 좋은 글은 화려한 재주보다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매일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고, 느낀 것을 메모리해 둔다. 짧은 문장 하나라도 마음에서 우러나 썼다면, 그것이 바로 수필의 시작이다.
글은 결국 "삶의 흔적"을 정리하는 또 다른 방식이니까.
결론적으로, 수필은 나를 이해하기 위한 글쓰기이자,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다리다. 해서, 잘 쓰는 방법을 찾기보다, 진실하게 살아가는 연습을 먼저 하자.
그 진실이 언젠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이야기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펜을 들어 이렇게 적어 본다.
"수필은 글이 아니라, 살아온 세월의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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