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부부 사이의 벽
세상에는 수많은 벽이 존재한다. 도시의 고층 빌딩 사이에 세워진 회색빛 콘크리트 벽, 나라와 나라를 갈라놓는 국경의 장벽, 그리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지 못하게 막는 감정의 벽.
그중에서도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하며,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벽이 있다. 바로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 사이에 생기는 벽이다.
이 벽은 돌멩이로 쌓지 않는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외면하는 눈빛 하나가 벽돌이 되어 차곡차곡 쌓여간다.
처음에는 작은 균열로 시작한다. "그냥 피곤했을 뿐이야" "이해하겠지" 그렇게 넘겼던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새 서로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된다.
그 벽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두껍고 차갑다. 이 벽의 무서운 점은 사랑 위에 세워진다는 것이다. 원래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던 두 사람이었기에, 그 벽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함께 웃던 기억이 오히려 상처가 되고, 나란히 걸었던 길이 이제는 서로를 외면하는 길이 되어버린다. 벽은 그렇게, 두 사람의 추억을 담은 공간 위에 서서히 높아진다.
시간이 지나면 이 벽은 단순한 다툼의 결과가 아니라 삶의 풍경이 되어버린다. 말하지 않아도 침묵이 익숙해지고, 다가가지 않아도 편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마음이 식어버리면, 남는 것은 "함께 있음에도 외로운 공간"뿐이다.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벽이자, 가장 슬픈 벽이다.
하지만 이 벽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벽을 쌓는 것도 사람이듯, 그것을 허물 수 있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한쪽이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고, 작은 대화를 시도할 때 - 그 벽에는 금이 간다. "괜찮아?"라는 한마디, "미안해"라는 진심, 혹은 단지 따뜻한 눈빛 하나가 벽의 한 부분을 무너뜨릴 수 있다.
완벽한 화해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려는 순간, 그 벽은 조금씩 낮아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높이를 체감할 수 있다. 그 벽을 낮추는 일은 사랑을 다시 배우는 일이고, 이해를 다시 시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관계 회복"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벽을 세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는 그 벽 뒤에 숨지 않고, 그 너머로 다가가려는 시도 속에 있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벽은 결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자존심과 두려움으로 쌓인 벽일지도 모른다.
오늘, 그 벽에 조용히 손을 대보세요!!
작은 표면 너머로 여전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면, 그 벽은 아직 안전히 닫힌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