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창조의 원리

보이지 않는 돈, 믿음으로 돌아간다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은행이 돈을 만든다? 언뜻 들으면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현대 경제의 실상은 그렇다.


우리가 은행에 1000만 원을 예금하면 그 돈은 금고 속에 잠들지 않는다. 은행은 일정 비율의 준비금만 남기고 나머지를 대출로 내보낸다.


대출받은 돈은 다시 다른 예금으로 들어가고 또 다른 대출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거듭할수록 경제 안의 돈은 눈에 보이지 않게 불어난다.


이것이 바로 신용창조의 원리다. 즉 은행은 단순한 중개 기관이 아니라, 신뢰의 증식기다.


실제로 존재하는 돈보다 훨씬 많은 구매력이 사회에 풀리는 것은 사람들이 은행과 제도를 믿고 그 안에서 거래하기 때문이다.


신용이 새로운 돈의 형태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신용이 언제나 신뢰 위에서 서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신용이란 결국 미래에 대한 믿음이다.


빌려준 돈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신용은 공기처럼 사라진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거대한 자본시장은 하루아침에 얼어붙었다. 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신용창조의 원리는 경제 성장의 엔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의 씨앗이기도 하다. 과도한 신용은 거품을 낳고 신뢰가 흔들리면 그 거품은 한순간에 꺼진다.


사람의 탐욕이 신용을 앞서고 제도의 감시가 느슨해질 때 신용창조는 곧 신용파괴로 변한다.


결국 신용창조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도덕적 절제에 있다. 은행의 회계 장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장부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양심과 책임감이다.


경제의 균형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무게에서 결정된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머니와 가상 자산, 무형의 금융 상품 속에서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 엄청난 세상일수록, 그 바탕이 되는 신뢰의 기반은 더욱 단단해야 한다. 신용이란 결국 사회가 공유하는 도덕적 약속이다.


돈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믿음이 돈을 움직이고,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경제도 멈춘다.


"신용창조의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경제의 본질이 신뢰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돈은 결국, 보이는 사람의 신뢰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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