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vs 역사시대, 어떻게 구분할까

우리는 무엇으로 역사를 구분하는가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환단고기" 관련 발언을 계기로, 대중의 시선이 다시 한번 "우리 역사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으로 향하고 있다.


논쟁의 핵심에는 늘 같은 물음이 놓여 있다.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는 과연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과학적인가, 아니면 해석의 문제인가?


1. 선사 시대 : 기록 이전의 인간, 물질로 말하다.


선사 시대는 말 그대로 문자 기록이 존재하기 이전의 시대를 뜻한다. 이 시기의 인간은 글을 남기지 않았고, 따라서 그들의 삶은 유물과 유적을 통해서만 복원된다.


뗀석기와 간석기, 토기, 주거지 흔적, 무덤 양식이 주요한 증거다.


구석기•신석기•청동기 같은 구분 역시 연대가 아니라 기술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기준으로 한 고고학적 분류다.


즉 선사시대 연구는 문헌이 아니라, 층위•방사성탄소연대측정•비교 고고학 같은 과학적 방법에 의존한다.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근거는 물질에 있다.


2. 역사 시대 : 기록이 시작되다.


반면 역사 시대는 문자가 등장하고, 기록이 남기 시작한 시점부터를 가리킨다. 왕의 이름, 연대, 사건, 제도, 전쟁과 외교가 문헌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우리는 '추정'이 아닌 '서술'을 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점은 역사 시대의 시작 시점은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메소포타미아는 기원전 3000년경 설형 문자로 이미 역사 시대에 진입했지만, 한반도는 일반적으로 고조선 후기 혹은 중국 사서에 등장하는 시점부터 역사 시대로 본다.


이는 "문자의 존재"뿐 아니라, 동시대 외부 기록과의 교차 검증 가능성이 함께 고려되기 때문이다.


3. 그렇다면 '기록'이면 모두 역사인가?


여기서 논쟁이 시작된다. 환단고기와 같은 문헌은 분명 '글'로 쓰여 있다. 그러나 학계는 이를 역사 시대의 1차 사료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성립 시기와 저자가 불분명하다.


둘째, 동시대의 교차 사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고고학적 자료와 연속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


역사학에서 중요한 것은 "기록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기록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가 다.


그래서 역사 시대란 단순히 글자가 등장한 시점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기록 체계가 성립된 이후를 의미한다.


4. 선사와 역사의 경계는 단절이 아니다.


자주 오해되지만,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는 서로 끊어진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선사 시대는 역사 시대의 토대다.


청동기 문화 없이는 고조선도 없었고, 집단 거주와 권력 분화 없이는 국가도 탄생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 연속성을 신화나 민족주의적 서사로 과도하게 확장할 때 발생한다. 학문은 상상력을 배제하지 않지만, 검증을 우선한다.


역사와 신화는 모두 과거를 말하지만, 사용하는 언어와 규칙은 다르다.


5. 지금 필요한 것은 구분이다.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를 구분하는 일은 과거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정치적 발언이든 대중 담론이든, 이 구분이 흐려질수록 논쟁은 감정이 되고, 학문은 설 자리를 잃는다.


역사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는 질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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