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왜 아이처럼 걷지 못하는가

모라백의 역설이 말하는 인간의 가치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인공지능은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고, 논문을 요약하며, 법률 문서까지 작성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머지않아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정작 인공지능은 아이처럼 자연스럽게 걷지 못하고, 컵 하나를 집는 일에도 수많은 실패를 반복한다. 이 아이러니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모라백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다.


이 역설은 로봇 공학자 "Hans Mora ec"이 제시한 통찰로, 인간에게 쉬운 능력일수록 인공지능에게는 극도로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고차원적 사고일수록 오히려 기계가 더 쉽게 구현한다는 내용이다.


계산, 논리, 규칙 기반 추론은 컴퓨터의 본령이지만, 지각•운동•직관•사회적 감각은 수백만 년의 진화가 축적한 인간 고유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걷는 법을 배웠지만 설명하지는 못한다. 얼굴을 보며 감정을 읽지만, 그 과정을 언어로 풀어내지 않는다. 이런 "무의식의 지능"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환원하기 가장 까다로운 영역이다.


반면, 인간이 어렵다고 느끼는 수학적 추론이나 체계적 분석은 명확한 규칙만 주어지면, 기계가 압도적인 속도로 처리한다.


모라백의 역설이 오늘날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지능의 기준을 재점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회는 계산 능력, 암기력, 문서 작성 능력을 "고급 지능"으로 평가해 왔다.


하지만 AI가 빠르게 대체하는 영역 역시 바로 그 지점이다. 반대로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직관,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신호를 읽는 능력, 책임을 전제로 한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많은 정보를 아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이 중요한지 감각적으로 구분하고, 기술이 제시하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모라백의 역설은 말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기계처럼 사고할 필요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다움의 깊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AI는 똑똑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은 계산이 아닌 판단, 효율이 아닌 맥락, 자동화가 아닌 책임이다.


그것이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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