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한때 탈원전을 선언하며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모범생"으로 불리던 독일이 최근 원전 복귀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에너지 안보와 전기 요금 급등,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혹독한 현실 앞에서 더 이상 이념적 혜택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탈원전의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독일은 몸소 경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의 친환경 모델을 "선진 사례"라며 적극 도입했던 대한민국은 여전히 원전의 경제성과 현실성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태양광과 풍력, 이른바 "햇빛 연금"과 "바람 연금"이 미래 산업이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상징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첫째, 그 비용은 과연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
태양광과 풍력은 분명 의미 있는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발전 단가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간헐성과 보조금 의존 구조다.
해가 없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전기는 필요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예비 발전 설비, 계통 안정화 비용, 송전망 확충 비용은 모두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 불평등이다. 일부 발전 사업자는 장기 고정 가격 계약과 보조금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반면, 그 재원은 전기 요금 인상, 세금, 각종 기금 부담이라는 형태로 국민 전체가 나눠서 감당한다. "햇빛 연금"과 "바람 연금"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유럽 각국의 경험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탈리아 역시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높은 전력 요금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유럽 전반에서 불던 탈원전 바람은 이제 서서히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상보다 현실, 구호보다 지속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원전은 완벽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안전 문제와 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적어도 가성비와 안정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전은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기술 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이 감정적•이념적 논쟁에 갇혀 이 선택지를 스스로 봉인하는 것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탈원전이냐, 친환경이냐?"라는 이분법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혜택을 얻는가? 그리고 그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다.
햇빛과 바람이 아무리 깨끗해도, 그 연금의 청구서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면 이는 정의로운 전환이라 말하기 어렵다.
에너지 정책은 유행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이제는 묻고, 따지고, 계산해야 할 때다. 햇빛 연금과 바람 연금, 그 진짜 부담자는 누구인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