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된 수요

시장이 아니라 부담이다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우리는 흔히 "수요가 있다"는 말을 시장의 자연스러운 신호로 이해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서 관찰되는 수요는 과연 자발적인 것일까?


겉으로는 소비와 선택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진 "강제된 수요"인 경우가 적지 않다.


강제된 수요란 개인이나 집단이 원해서가 아니라, 제도•규제•환경 변화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용과 소비를 말한다.


이는 시장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 사회적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대표적인 사례는 주거와 생활 인프라 영역에서 발견된다. 정책 변화나 제도 개편으로 기존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거나, 새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시민은 선택권을 잃는다.


안전, 친환경, 디지털 전환이라는 명분은 중요하지만, 그 비용을 누가, 어떤 속도로 부담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충분한 준비 기간과 대안 없이 기준만 높여질 경우, 수요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강요된다.


문제는 강제된 수요가 통계상으로는 "시장 성장"이나 "산업 활성화"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특정 산업의 매출이 늘고, 관련 서비스가 확대되면 겉보기에는 긍정적인 변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선택권을 박탈당한 시민과,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떠안은 계층이 존재한다. 이는 경제 발전이 아니라 부담의 이전에 가깝다.


강제된 수요가 반복되면 사회는 두 가지 후유증을 겪는다.


첫째, 정책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시민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움직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불만과 피로가 누적된다.


둘째, 시장의 왜곡이 발생한다.


진정한 경쟁과 혁신이 아니라, 규제를 따라가는 산업만 살아남게 되면서 장기적으로는 효율성과 다양성이 떨어진다.


정책과 제도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수요를 강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진짜 수요는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선택할 때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공공은 촉진자이자 조력자가 되어야지, 부담을 떠넘기는 설계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수요는 정말 필요한가?"가 아니라, "이 수요는 자발적인가, 강제된 것인가?"


강제된 수요 위에 쌓은 성장과 성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와 건강한 시장은 선택권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수요를 만들기보다,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정책과 제도가 향해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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