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전문가 시대

말은 많고 책임은 적다

요즘은 YouTube를 비롯해 소위 '말'이 횡행하는 시대다. 누구나 마이크를 쥘 수 있고, 누구나 전문가를 자처할 수 있다.


한 번의 발언이 수만 명, 수십만 명에게 즉각 전달되는 환경에서 말은 더 이상 숙성의 결과가 아니라 소비재가 됐다. 빠를수록 좋고, 강할수록 주목받는다.


이른바 "입 전문가"의 시대다. 현장을 밟지 않아도,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아도, 발언만으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말들이 종종 사실 확인보다 감정 자극에 기대한다는 점이다. 맥락은 잘려 나가고, 복잡한 현실은 흑백 논리로 단순화된다.


말은 쉬워졌지만, 그 말이 남기는 상처와 혼란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전문성이란 본래 시간과 책임을 전제로 한다. 축적된 경험, 검증 가능한 성과, 그리고 잘못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책임까지 포함해서 전문가다.


그러나 플랫폼 환경은 이 질서를 뒤집었다. 조회 수와 구독자와 신뢰를 대신하고, 단호한 어조가 정확성을 압도한다. "확신에 찬 말투"는 "검증된 내용"보다 더 잘 팔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말들이 사회적 의사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주거, 투자, 교육, 기술, 정책 같은 복합적인 사안들이 몇 분짜리 영상과 자극적인 제목 속에서 재단된다.


그 결과, 신중함은 우유부단으로, 고민은 무능으로 오해받는다. 조용히 일하는 사람보다 크게 말하는 사람이 더 유능해 보이는 착시가 반복된다.


말의 힘이 커진 시대일수록, 말의 윤리는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틀려도 사과하지 않아도 되고, 피해가 발생해도 "의견일 뿐"이라는 말로 빠져나갈 수 있다. 말에는 자유가 있지만, 그 자유에 상응하는 책임은 실종돼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누가 더 그럴듯하게 말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그 말의 결과를 감당하는가?"로 물어야 한다. 전문가는 말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입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시대를 넘어, 손과 발로 증명하는 전문성이 다시 존중받아야 한다.


침묵은 무능이 아니다. 신중함은 후퇴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시대에는 말을 아끼는 태도야말로 가장 어려운 전문성일지도 모른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자주 멈춰서 질문해야 한다.


이 말은 누구를 위한 말인가? 그리고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입 전문가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무거운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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