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성장 가능할까

더 근본적인 생산성 혁명

2022~ 2024년 전 세계를 뒤흔든 고물가 국면은 중앙은행의 긴축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불러왔다.


미국의 Federal Reserve와 한국은행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억제했지만, 그 대가로 성장률 둔화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경제학의 오래된 명제처럼, 성장과 물가는 늘 긴장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질문이 남는다.


AI 시대에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 성장이 가능할까?


1. 인플레이션의 본질과 생산성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돈이 많이 풀려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본질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가격 상승이다.


따라서 공급 능력이 빠르게 확대된다면, 즉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물가 상승 압력은 구조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이를 보여준 사례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은 인터넷과 IT 혁신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이어가면서도 물가 안정에 성공했다.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 시기다. 당시 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비용을 낮추고, 동일한 자원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AI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생산성 혁명을 예고한다.


2. AI가 만드는 "비용 구조의 붕괴"


AI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지식 노동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한다. 과거에는 공장 자동화가 제조업 생산성을 높였다면, 이제는 법률, 의료, 금융, 콘텐츠 제작 등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예컨대 OpenAI의 생성형 AI 모델이나 NVIDIA의 고성능 GPU는 AI 인프라의 핵심 축이다.


이러한 기술은 기업의 인건비, 설계비, 분석 비용을 급격히 낮추며 한계 비용을 '0'에 가깝게 수렴시킨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공급 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 동일한 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

- 비용 하락에 따른 가격 안정

- 생산성 향상에 따른 실질 소득 증가


이 구조가 정착된다면, 성장과 물가 안정의 동시 달성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3.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AI가 곧바로 "디플레이션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몇 가지 구조적 변수들이 존재한다.


첫째, 소득 재분배의 문제다.

AI가 창출한 부가 소수의 플랫폼 기업과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될 경우, 총수요는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확장 재정을 통해 이를 보완한다면 다시 수요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에너지와 자원 제약이다.

AI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전력 가격 상승은 비용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전환기 비용이다.

기존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실업, 구조 조정, 공급망 재편이 발생하며 단기적 가격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AI는 "물가를 낮추는 기술"이지만, 그 효과가 경제 전반에 균등하게 전달되기까지는 정책과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다.


4.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수출 중심 제조업 국가다. AI를 제조•반도체•로봇•국방•의료에 접목한다면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특히 반도체와 AI 인프라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곧 물가 안정과 성장 잠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화, 직업 재교육, 디지털 인프라 투자 없이는 AI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교육•산업 정책이 결합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5. 가능성은 있다. 다만 조건은 까다롭다.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생산성 도구일 수 있다. 만약 AI가 전 산업의 비용 구조를 낮추고, 그 혜택이 광범위하게 분배되며, 에너지와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 성장은 공상적 개념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은 자동으로 번영을 보장하지 않는다. AI는 '도구'일뿐, 경제 질서를 설계하는 것은 인간과 정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AI를 성장의 가속기로만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안정과 번영을 동시에 설계하는 지혜까지 갖출 것인가?


AI 시대의 물가와 성장의 방정식은 "이제 막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점을 참고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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