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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사람들이 북적대는 마트에서는 장을 보는 것도 일이겠지만, 계산할 생각을 하면 발길이 더욱 급해지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다 여러 사람이 대기하고 있는 계산대를 보고 있자면 온 몸이 축쳐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번잡함과 거리가 먼 가게가 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편의점인 '아마존 고'이다.


아마존은 알다시피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다. 온라인 장터를 주름잡는 아마존이 오프라인에 점포를 냈는데, 이곳의 슬로건은 'Just Walk Out'이다. 그냥 걸어서 나오면 된다는 뜻이다. 물건을 사러 매장에 들어가서 쇼핑 목록대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그대로 매장에서 나오면 끝이다. 계산대에 물건을 다 꺼내놓고 지갑을 열어 계산을 마친 뒤 다시 담는 수고로움은 겪지 않아도 된다. 관련 기술은 필자가 집필한 '통신시스템'이 참고 될 것 같다.


아마존 고를 이용할 때는 아마존 계정과 신용카드, 전용 앱이 깔린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미리 전용 앱을 설치하고 자신의 신용카드를 등록해 놓으면 수월한 장보기가 가능하다. 아마존 고 매장은 수많은 센서를 설치해서 이용자의 행동을 일일이 체크한다. 무슨 물건을 골라 담았는지 센서를 통해 확인하고 계산마져 마친다. 앱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과 앱에서 확인한 것의 오차는 0.1% 미만이라고 한다. 아마존 고의 매장은 물론 무인매장이다.


아마존은 한발 더 나아가 빅데이터와 로봇, 드론까지 동원하여 유통과 물류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럴수록 시장 지배력은 높아진다. 특히 IoT, AI, Big data 융합을 핵심 역량으로 삼으며 유통 혁신의 해법을 찾아내고 있다. 게다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분마저 지워버리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등 아마존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위에 올라 앞장서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유통 업계도 이 물결에 함께 올라타고 있다고 본다. 신세계는 이마트와 분리되어 있던 온라인 몰을 통합하였는데, 단지 비슷한 부문을 합치는 구조 개편이 아니다. 인터넷 서비스의 통합 관리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관련 ICT로 유통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쇼핑몰의 위상보다 IT기업으로의 면모를 보인다.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딥러닝까지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보조적 지위에 머문다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마존은 2010년에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통적인 강자를 하나씩 무너뜨렸다.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 때문에 미국의 유명 서점 체인 보더스가 폐점하였고, 장난감 체인 토이저러스도 파산했다.


아마존의 유통 혁신이 경쟁 업체를 긴장하게 하는 이유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이 혁신은 게임 체인저이다. 아마존의 스마트 유통 혁신은 자신뿐만 아니라 시장도 바꿨고, 게임의 룰 마저 바꿔버렸다. 이제 경쟁자들이 밀려나지 않으려면 아마존이 만든 룰을 따라야만 할지도 모른다. IoT와 5G, AI 등 ICT를 근간으로 아마존이 세운 '스마트 유통'의 공식이 구원의 동아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마존이 선도하는 유통 혁신은 유통 업계의 '라스트 마일' 전쟁을 촉발하였다.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길을 뜻하는 라스트 마일은 유통 업계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마지막 접점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 접점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느냐 여부가 기업의 생사를 가른다고 여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아마존이 유통 혁신으로 자사의 효율성만 올린 것은 아니다. 인터넷 쇼핑과 초기술로 오프라인 매장의 확대를 꾀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도 전개한다. 아마존이 만든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한다. 유통 혁신이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유통 업계가 덩치 키우기와 시장 빼앗기 경쟁에만 몰두한다면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아직은 외국계 유통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시장 지배력을 유의미하게 점유하지 못하고 있지만, 고객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린 아마존식 유통 혁신의 물결이 밀려들면 상황은 크게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 유통 업계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격언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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