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한 시간이 주어져서 고덕천을 산책하는 여유를 가져본다. 낮시간이라서인지 산책하는 사람이 듬성듬성 눈에 띌 뿐 산책로는 한가하다.
어제 내린 세찬 비의 영향인지 개천물은 생각보다 힘찬 물결 소리를 내면서 한강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눕혀진 물가 수풀을 통해 어제 내린 비의 양을 갸름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책로 주변의 여러 종류 나무들은 이제 대부분 붙들고 있던 잎새를 떨구면서 겨울 채비에 들어가는 것 같다. 우리네 한 해 농사도 자연의 이치를 빌어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산책하는 시간은 특별한 사정(골치 아픈 과제 등)이 없다면 언제나 즐겁지 않을까 싶다. 길을 걸으며 문득 글귀가 떠오르면 끄적이기도 하고 망중한을 한껏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은 전부 겨울 운동복 차림이다. "인간은 환경을 이길 수 없다"는 아주 간단한 증명 하나 아닐까 싶다.
비 온 뒤 더 맑고 상큼해진 늦가을 공기를 들이켜면서 자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산책로를 걸으며 글도 끄적이고 하면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이게 '삶'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