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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면규 칼럼니스트 May 06. 2024

황진이와 벽계수

살며 생각하며

'황진이'조선 중종 때 활동했던 개성 출신의 유명한 기생으로, 그녀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재능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최대 기생을 꼽으라면 황진이가 아닐까 싶다. 봄비 내리는 휴일 저녁에 막걸리 잔을 앞에 놓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그녀를 잠시 소환해 다.


'벽계수'는 세종의 서자인 영해 군의 손자인 왕족으로 정 사품인 '수'의 관직을 지녔던 인물로 조선 500년 역사상 가장 문장이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으로 전해지며, 황진이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중에 황진이와 벽계수의 만남으로 낳은 시조가 바로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 창해 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랴~"로 시작되는 "청산리 벽계수야"이다.


한 번은 황진이가 벽계수의 초대를 받고 그의 집을 찾았는데, 그 당시 벽계수는 강의를 하고 있었다. 황진이는 문을 열고 바로 벽계수 앞에 무릎 꿇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에 벽계수는 황진이를 향해 "이러한 강아지 같은 여자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라고 감탄하면서 황진이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황진이의 아름다움과 예의 바른 성품, 그리고 벽계수의 영민한 지식과 문학적 소양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의 사회적 관계와 기생문화, 또한 문인과 기생 간의 만남과 교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황진이는 거짓과 위선에 차 있는 세상과 세상 사람들에 맞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벽계수, 지족 선사, 서경덕 등과의 만남을 차례차례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 황진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고 화적패의 우두머리가 되어 떠났던 -황진이가 부리던- 놈이라는 하인이 아끼는 부하를 살리기 위해 자수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감옥에 찾아간 황진이와 놈이는 사랑의 슬픈 고별을 함께하는 술 한잔을 나누어 마시며 그들의 순수하고 절대적인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놈이가 처형당한 뒤 황진이는 다시 길을 떠나는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546년 이사종과 함께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영원히 사라진다.


 지금까지 황진이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직 다. 술잔 속에서나마 황진이를 띄워볼 수 있길 기대하면서 한 잔 들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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