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Dec 04. 2024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뉴스를 접한 국민은 한동안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 다시 '계엄해제'라는 뉴스에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마치 술이 덜 깬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는 듯한 이해하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보는 아닐 것 같은 윤 대통령이 왜 그런 이해하기 힘든 조치를 취했을까?
절대다수 의석수를 갖고 있는 민주당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윤 대통령이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 국회가 해제 요구를 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그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봐서는 진짜 계엄을 할 생각은 없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그런 "비상계엄 쇼"를 했을까?
추정해 본다면, 윤석열은 정치판을 흔들고 싶었던 것 아닌가 싶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총선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대통령의 개인기로 만회가 가능한 외교, 국방, 방산 그리고 원전 수출 같은 분야를 제외하면 사실상 완전히 마비된 상태 같기 때문이다.
행정부조차 친민주 성향인 고위공무원들은 노골적으로 태업하고 있고, 친민주 성향이 아닌 나머지 무리들조차 이리저리 눈치만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와 다를 게 없다.
거기에 정치판은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벌써 몇 년째 민생은 뒤로 하고 김건희 허수아비 때리기에만 열중하느라 정체된 상태 다름 아니다.
그래서 윤석열은 계엄 쇼를 통해 이재명의 재판 방해와 김건희 관련 이슈에 매몰된 기존 구도를 뒤집고 정치 구도를 "윤석열 vs 반국가 세력"으로 정리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다.
언급한다면, 이재명은 자꾸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국정을 마비시키고, 김건희를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그걸 비판해야 하는 국민과 언론의 수준조차 한심해서 거기에 놀아나고 있을 때 이걸 타파할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검토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기로 결심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그동안 대선에 불복하는 민주당과 그 지지세력 즉, 반국가 세력이 계속 김건희를 물고 늘어졌던 것은 김건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윤석열을 탄핵하고 싶어도 도무지 빌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그럴듯한 명분이 생겼다. 마침내 민주당이 그토록 바라던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왜냐하면 탄핵안이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다 해도 헌재에서 기각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법과 절차에 따라 법리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행동을 한 것 같다. 대통령 권한으로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가 있자 바로 계엄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탄핵안이 발의된다 해도 헌재는 탄핵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고 본다.
그렇게 탄핵이 무위로 돌아가면 민주당은 더 이상 탄핵을 정치 화두로 삼을 동력을 잃게 되고, 새삼 다시 김건희 관련 이슈로 분위기를 몰고 갈 수도 없게 된다. 당연히 이재명의 재판 방해는 더욱 명분을 잃게 된다.
반면에 윤석열은 어차피 더 잃을 인기조차 없는 상태에서 탄핵이란 이슈를 통해 지지층을 규합하는 효과와 김건희 이슈 소거, 검사 및 여러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소거 등 일타쌍피 효과를 얻지 않을까 싶다.
물론 윤석열의 정치적 도박이 성공으로 끝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래도 민주당의 방해로 모든 게 지지부진한 지금보다는 훨씬 낫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하룻밤 풋사랑 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불과 몇 시간만의 계엄해제는 강하게 비판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