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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면규 칼럼니스트 Dec 08. 2024

"십자가 밟기" 소환하는 사회

살며 생각하며

"십자가 밟기"는 일본 에도 시대 때 연초에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 또는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작은 동판을 밟고 지나가도록 강요한 다음, 밟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사람을 신자로 간주해 처형한 천주교 탄압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조선 시대에 천주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고을 수령들이 가톨릭 신자가 십자가를 밟으면 살려주고, 밟지 않으면 참수했다고 하는 아픈 역사가 있다.


이러한 십자가 밟기는 후대에 들어 개인의 사상을 조사하거나, 어떠한 사안에 반대하는 사람을 색출한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확대 변형돼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의 기본권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된다"라고 하는 오늘날에도 십자가 밟기가 횡행하고 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


얼마 전 민주당에서 "끝까지 추적해 정치생명을 끊겠다"면서 이재명 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던 자기당 의원 색출 광풍이 요란했던 게 한 사례 아닐까 싶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의 참여 여부를 고도 여지없이 "십자가 밟기"라는 용어가 소환되고 있어 쓴웃음을 짓게 한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과거 발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십자가 밟기는 정치권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단체, 심지어 교회 같은 곳에서조차 만연되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나와 생각과 이념이 다른 사람을 색출하는 데 이보다 손쉽고 편리한 방법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단절해야 한다. 민주사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오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놓고  광화문에서는 보수진영이 여의도에서는 진보진영이 서로 세 겨루기를 하는 시위를 한 것 같다.


"십자가 밟기" 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소수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고 건강하게  소통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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