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결국 또 만나는 법이다. 그것을 선현 들은 "회자정리"라는 용어로 맛깔스럽게 정리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아니면 정말 안 될 것 같았는데, 어느새 잊고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인간사라는 건 그렇게 고리를 물면서 이어지는 것 같다.
초상집에서도 계속 울면 눈물이 마르고, 나중에는 배 고파지고 밥만 잘 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실컷 울고 나니 배 고파지더라"라는 말이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죽을 만큼 힘든 순간도, 영원할 것만 같은 순간도 또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순간도 곧 지나가기 마련이다. 모든 건 '순간'이다.
얼마 전 지인 부인이 한낮에 횡단 도보를 건너다 레미콘 차에 치여 비명횡사를 당했다. 젊은 사람이라 그 고통은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 싶게 막걸리 잔 기울이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삶이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든다.
필자도 고등학교 때 육군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큰 형의 죽음을 겪었다. 어린 나이에 푸쉬킨의 '삶'을 음미하면서 고통을 삭였던 기억이 있다.
상황이 변화듯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매 순간 충실하면 된다. 해서, 떠나간다고 너무 애석해할 필요가 없다.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면 되기 때문이다.
결혼식에 들렀다 강원도 원주 근처의 한적한 펜션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겸사해서 "제갈량과 사마의" 관련 집필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산새가 너무 좋고 또 동행한 사람들과 죽이 맞아 -책은 뒷전이고- 흑산도에서 공수해 왔다고 하는 토종 막걸리에 금세 취할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