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버틴 600일, 이제 지상에서”

매일 기사 연습

by Kosop

세계 최장 기록 세운 박정혜 부지회장 29일 농성 해제

니토덴코, 일본 NCP만 고수…직접 교섭 불투명
정치권·정부 ‘먹튀 방지법’ 약속했지만 실효성 논란


2024년 1월 시작해 600일 동안 이어진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의 고공농성이 29일 막을 내렸다. 세계 최장 기록을 남긴 투쟁은 끝났지만,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외투기업 책임성, 제도 개선이라는 본질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600일의 기록, 그리고 남은 질문

이번 농성은 2022년 10월 발생한 공장 화재에서 비롯됐다. 모기업 일본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청산하며 노동자 17명을 정리해고했다. 이 가운데 7명은 계열사 한국니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싸움을 이어왔다.

박정혜 부지회장은 “다시는 노동자가 고공에 매달려야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농성 해제 소감을 밝혔지만,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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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600일간 이어왔던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사진=노동과 세계)



‘이중 전략’ 니토덴코…조정은 일본에서만?

사건 해결의 핵심은 니토덴코의 태도다. 회사는 국제적 규범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른 분쟁 조정 절차에는 동의했으나, 한국이 아닌 일본 NCP 절차에만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NCP는 지난 6월 조정 개시를 결정했고, 일본 NCP도 7월 말 절차를 열었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한국 내 실질 교섭은 여전히 무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NCP는 권고적 성격에 불과해 사측이 한국 절차를 외면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정부의 약속, 비어 있는 로드맵

농성 종료 직전, 여야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이 현장을 찾아 ‘먹튀 방지법’ 제정과 노사 교섭 주선을 약속했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중재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사측의 교섭 참여 여부, 정부의 중재 방식과 시기 등 구체적인 로드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노조 관계자는 “입법과 중재가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일정과 내용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네 가지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리해고자 고용승계 ▲국제 조정 절차의 실효성 ▲외투기업 규제 입법 ▲지역 공공 책임 등 네 가지 핵심 쟁점을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고용승계 범위 – 해고된 17명 가운데 7명의 고용 문제는 여전히 미결이다.


NCP 조정 실효성 – 한국 절차 외면 시, 일본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크다.


입법 과제 – 외국계 기업의 책임 있는 철수를 담보할 ‘먹튀 방지법’이 실제 적용될 수 있을지.


지역과 공공의 책임 – 무상임대·세제 혜택 등 지역 지원이 있었다면 환수·조건부 지원 검토 필요.


“지상의 시간은 이제부터”

세계 최장 기록을 남긴 600일의 투쟁은 끝났지만, 문제 해결의 무대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열렸다. 고용과 책임, 제도 개선이라는 ‘지상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한국 노동운동과 외투기업 정책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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