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션은 노면에서 차체로 전달되는 진동을 흡수해 거친 승차감을 개선합니다. 신체에 비유할 땐 보통 무릎에 빗대지요. 모르긴 몰라도 무릎 관절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걷거나 달리지 못했을 겁니다. 서스펜션 역시 사람의 무릎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더 나은 승차감, 퍼포먼스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서스펜션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가장 흔한 방식은 스프링과 유압식 쇼크업소버를 활용하는 것. 링크 구조에 따라 세분화 되며 전자제어 기술도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공압식, 에어서스펜션 타입도 있습니다. 국산 브랜드에서는 더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에어서스펜션이 하반기 나올 GV80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GV80, 그리고 프리뷰 에어서스펜션
현대모비스는 지난 2분기 '프리뷰 에어서스펜션'을 소개했습니다.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서스펜션에 내비게이션 맵 데이터를 버무린 기술이죠. 내비게이션 상의 도로 정보를 활용, 연속 방지턱 구간이나 바람이 부는 다리를 지날 때 차가 스스로 차고를 조절합니다.
프리뷰 에어서스펜션은 높이를 조절해야 하는 지점 기준, 평균 500m 전부터 작동을 시작합니다. 급격한 높이 변화는 승차감을 떨어트리고 안전에도 무리가 있기 때문이죠. 하체 공간 활용이 용이한 SUV는 최대 10cm까지 차고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발표한 프리뷰 에어서스펜션은 아직 양산차에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첫 주인공은 하반기 출시를 앞둔 GV80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 GV80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SUV입니다. 국내는 물론 유럽 시장 공략을 목표로 했기에 그동안 축적된 브랜드 기술력이 총동원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국산차도 종종 에어서스펜션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플래그십 세단에 등장한 에어서스펜션
국산차 최초로 에어 서스펜션을 단 모델은 일명 '각 그랜저'로 불린 1세대 그랜저입니다. 당시에는 약간의 차고 조절이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꾸준한 발전을 거듭했고 2003년 출시된 뉴 에쿠스 리무진(VL 450)에 탑재되며 '구름을 위를 달리는 차'로 입담에 오르내렸습니다. 당시 옵션명은 'ECSⅢ'입니다.
리무진 최고등급에만 달렸던 에어서스펜션은 2세대 에쿠스로 이어지며 좀 더 대중화되었습니다. 리무진 모델이 아니어도 VIP 패키지만 선택하면 누릴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EQ900으로 탈바꿈하며 에어서스펜션은 자취를 감췄고 G90 가격표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쌍용차 플래그십에서도 에어서스펜션이 달렸습니다. 2003년 2기형으로 거듭난 뉴 체어맨 모델 중 상위 CM 600S 등급에 처음으로 탑재됐습니다. 이후 체어맨 H 일부 등급은 가스식 쇼크업소버로 바뀌고 체어맨 W는 EAS를 물려받아 IECS(무단 전자제어 서스펜션)를 장착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현대차 제네시스(BH)에서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BH 330과 BH380 각각 최고 등급인 럭셔리와 로얄에 'VIP PACK'를 선택하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2010년 6월부터 BH330에는 선택할 수 없게 되었으며, 5L 심장의 제네시스 프라다 모델에도 EAS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G80부터는 EQ900과 마찬가지로 유압식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탑재했습니다.
후륜에만 장착된 국산 SUV 에어서스펜션
에어 서스펜션이 달린 국산 SUV도 있었습니다. 팰리세이드 국내 출시 전 오랜 기간 국산 대형 SUV 자존심을 지켜온 모하비는 상위 등급인 KV300과 QV300 일부에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되었습니다. 쌍용차도 2006년 출시한 렉스턴 2의 최상위 모델인 노블레스 최고급형에만 EAS가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2009년 슈퍼 렉스턴 이후 다시 에어서스펜션은 영영 자취를 감췄습니다. 뉴 카이런 역시 2009년 이전 최상위 하이퍼 AWD 하이테크 등급에서만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SUV는 모두 후륜에만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되었습니다. 세단처럼 승차감 개선 목적보다는 적재량에 따른 차고 유지 및 견인 능력 안정성 확보에 초점이 있습니다.
에어서스펜션, 왜 널리 달리지 않았을까?
에어서스펜션은 유압과 달리 고유 진동수가 낮은 유체를 사용해 진동 저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합니다. 여기에 자유자재로 차고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방면에 활용할 수 있죠. 그러나 단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단 부품의 가격이 비쌉니다. 퍼포먼스 기대 대비 높은 비용으로 대중적인 모델에 시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죠.
내구성에도 문제를 보였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큰 충격으로 공압 밀봉이 파손되면 유압식보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짧습니다. 압력을 유지해 줄 컴프레서의 관리도 동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여기에 부품 교환 수리비도 만만치 않았기에 차주들의 원성을 사는 일도 많았습니다.
보태어 유압식 댐퍼 설계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전기 신호로 오일 통로를 조절해 감쇄력의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그네틱 방식의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수천분의 1초 단위로 노면 상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