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떨어졌다. 밖에 둔 차를 깜박 잊고 지하로 옮기지 못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시동 버튼을 눌렀다. 어제보다 확연히 시끄러워진 엔진 소리가 거슬린다. 도로 위를 달릴 때도 마찬가지. 바닥에서 평소보다 큰 소리가 올라온다. 기분 탓일까? 아니면 정말 시끄러워진 걸까?"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이 되면 기온이 영하 10˚ 밑으로 떨어집니다. 이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오일류는 제 성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요. 평소보다 덥혀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오일은 많은 일을 하지만 부품 사이 마찰을 줄여줍니다. 이로써 마모와 소음을 최소화하죠. 반대로 오일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시끄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액체로 된 연료도 추운 날씨 영향을 받습니다. 기온이 낮아지면 미세하나 이전보다 끈적이게 되죠. 요즘 대부분 엔진은 고압 미세 분사 방식으로 연료를 공급합니다. 그런데 점도가 달라지면 분무 형태도 변화합니다. 특히 압축 착화 방식을 사용하는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날씨가 추워지면 소음과 진동이 심해집니다.
겨울철 자동차가 시끄럽게 느껴지는 이유 중에 촉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촉매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HC, CO, NOx를 유해하지 않은 물질로 바꿔줍니다. 간단히 공기 정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촉매가 충분히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99% 수준의 정화율을 보이려면 350~400℃는 넘어서야 합니다.
냉간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촉매 온도를 높이기 위해 엔진 회전수가 높게 유지됩니다. 그러나 기온이 너무 낮으면 그 상태를 평소보다 오래 유지하죠. 이런 까닭에 날씨가 추워지면 자동차가 평소보다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고무로 된 타이어도 영향을 받습니다. 타이어에 열이 오르는 속도가 더뎌지며, 단단한 상태가 조금 더 지속됩니다. 소음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테스트를 바탕으로 한 연구 논문을 살펴봤습니다. 폴란드 'Gdansk 공과 대학'은 타이어 10종류를 정해 대기와 노면 온도에 따른 소음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간단명료했습니다. 대기 온도, 그리고 노면 온도가 낮을수록 타이어와 도로 사이에서 생기는 소음이 크게 측정됐습니다. 시속 50km로 운행할 때 외부 기온이 20도 낮아지면 소음은 1.8bB 가량 증가했습니다. 속도를 높이면 기온 간 소음 편차는 조금 더 늘어납니다.
80km/h로 달릴 때는 온도가 20도 낮아지면 2.3dB 정도 시끄러워졌죠. 참고로 테스트를 진행한 10개의 타이어 중 8개는 평균값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전용 타이어(미쉐린 ENERGY E-V)와 브레데스타인의 사계절용(QUATRAC 3) 타이어는 온도에 따른 소음 차이가 1dB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운 겨울, 자동차가 평소보다 시끄러운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분 탓이 아닌 거죠. 준비 운동이 덜된 몸으로 운동하면 이곳저곳이 삐걱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소음들이 고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대부분 기온에 따른 내구성 테스트를 충분히 거치게 됩니다. 대신 시동을 걸자마자 급격한 가속이나 변속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추운 겨울 평소보다 커진 소음은 아직 내 차의 몸이 덜 풀렸다고 차주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각종 오일이 순환하고 덥혀지는 시동 초기에는 부드러운 운행이 내 차를 아끼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