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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y 25. 2016

Red in the city

철 지난 6월의 붉은 함성을 추억하며....

함성은 꽃이 되었다. 붉은 무리들이 하나 되어 거리를 가득 메웠던 한 달.... 도시는 하나의 난장이 되었었고 우리의 기억은 그렇게 붉게 물들었었다. 이제 다시 조용해진 거리를 돌아보며 붉은 파편의 이미지들을 담는다. 기억해 내기 위해.... 그 함성과 고동치는 심장의 조각들을 모으기 위해....



도시는 곳곳에 감추어진 색을 가지고 있다. 때론 그것이 인공적인 것일지라도. 조용하게 숨겨져 있다가 심장을 뚫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나는 붉은색의 강렬함이 이 도시를 살아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 날 만났던 또 다른 붉은 사람들처럼....



Fimm이나 June보다 더 강력한 메신저는 색의 이미지다. 붉은 티셔츠 한 장으로 모든 메시지를 전하던 날. 광장은 피바다 보다 짙었고 함성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무력화시켰었지.. 지금 날리는 누군가의 간단한 메시지 속에도.... 아마 그 붉은 추억의 힘은 남아있을 것이다.



6월의 쨍함은 갈증을 시원하게 날리는 힘이 있다. 시원한 거리의 청량음료가 주는 쾌락의 도를 넘어서는 해방감.... 붉은 옷을 들이대며, 몸을 부대끼고 서로를 알아가던 그 거리에서 난 다시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그리고... 한 모금만 더......



그때였다... 누군가 나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나는 그를 모르지만 우린 한동안 그렇게 목구멍을 얼리는 시원한 맥주를 정신없이 들이켰다. Bar의 네온사인은 새벽까지 그렇게 꺼질 줄을 몰랐고 그때 만난 사람은 언제나 내 옆에 있다. 뼛속처럼 시원한 맥주와 함께...



1년이 지난 후 우린 그곳에 다시 모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아마도 여름이 온 것에 대한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그 자리엔 없던 붉은 꽃이 가지런히 피어 있었다. 추억이 없는 꽃이지만... 모두들 예쁘다고 아우성이다. 6월의 꽃이니.... 어이 안 이쁘랴....



상식보다 우월한 것은 감정이다. 그래... 내가 책에서 배운 빨간색은 투명하지 못했다... 언제나 우릴 옥죄었지... 하지만 붉음은 이제 광장이 되었고 하나가 되는 색이 되었다... 상식에서 벗어난 이미지는 나에겐 정말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추억으로 다시 되살아 난 것이다.



인스턴트 한 관계만큼 삭막한 것이 도시라고 믿었었다. 그렇지만 도시는 살아있었다. 생동감 넘치고 젊으며 또한 그것은 결정적으로 하나로 뭉치기도 한다.. 인스턴트 한 이미지가 모두 다 식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6월은 나에게 조용히 알려주었다.



그 날처럼....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강렬하게 당신이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도시가 그 사랑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 붉게 각인되어 너무나 선명한 저 단어들처럼.... 



거리는 추억의 아쉬움만큼이나 크고 공허하게 비어 있었다. 이제 오래된 낡은 탁자 위에 시원한 병맥주를 하나 올려놓고'How deep is the ocean'을 듣는다. 다시 돌아올 그 날을 기약하며.. 오랜만에 기다림이란 것을 즐겨보자.



홍등의 이미지만큼이나 아련하고 강렬했던 지난 6월의 추억.... 붉은색은 일상으로 돌아왔고.... 도심 한 가운데서 찾은 추억의 색은 거리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붉어 차마 쳐다보지 못한 것이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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