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별, 라자스탄에 중독되다.

by 다모토리
오시안 카멜 클럽에서 조드푸르의 푸른색 바자르까지..



“자주 비슷한 꿈을 꾼다. 인도를 떠도는 꿈이다. 꿈속의 나는 데칸고원을 질주하는 기차의 승강구에 매달려 볼 라쉬 꽃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바라나시 갠지스의 노천 화장터에서 불붙은 주검을 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문득 긴 꿈에서 깨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인도에 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 다시 인도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면서도 꿈이 아닌가 싶어 살을 꼬집어본다. 인도에서 깨어날 수 있다면 꿈이라도 상관없다...”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의 저자는 자신이 느낀 인도를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꿈속에서조차 보고 싶은 현실의 나라 인도는 그만큼 중독성이 강력했다. 90년대 학창시절의 끝 무렵에는 인도를 여행하지 않은 이들을 여행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팽배했는데 이 연유도 아마 이러한 중독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당시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돌아보기에 가장 적절한 여행지는 바로 인도였다. 그러나 인도만큼 여행객들의 반응이 다양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좋고 나쁨의 순진한 대립에서부터 자아를 찾았니 어쩌니 하는 고해성사까지.. 젊은 시절 한 번쯤은 배낭을 둘러메고 도 닦는 심정으로 훌쩍 떠나 보고 싶었던 나라, 하지만 벅찬 감동만큼이나 누구나 쉽게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여행의 필수 지참물로 당찬 모험심이 늘 요구되는 곳이기에 우리는 늘 인도를 갈망하지만 항상 멀리서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신비스러운 20세기를 거치며 이제 인도는 중국에 버금가는 뭄바이 같은 국제적인 도시들이 즐비한 부국이자 IT강국으로 변모했다.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발리우드가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인도의 유명하다고 알려진 웬만한 여행지는 TV에서 혹은 여행잡지, 그리고 인터넷으로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어 식상함도 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바라나시와 갠지스 그리고 가트의 염색공장 따위는 이제 고전적인 명소가 되어 버렸다. 그럼 인도는 이제 더 이상 신비로운 여행을 할 만한 곳이 없는가?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나?)


웃기지 마시라.. 그건 인도를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나 던질 질문이다. 인도는 본질 파악이 안 되는 양파 같은 나라다. 애타게 찾는 이에게만 별이 보이듯이 아직까지 인도는 수 많은 보석 같은 여행지를 이곳저곳에 이리저리 숨겨놓고 있었다. 어릴 적 소풍 가서 보물 찾기 할 때의 감동을 여행자들에게 선사해 주려는 듯이 말이다. 강렬한 태양, 반짝거리는 사막 아래 우리는 아직도 인도를 알기에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조다 악바르>가 라자스탄으로 나를 이끌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인도의 서북부를 여행지로 택했다. 인도의 수려한 남부를 이미 돌아본 이력이 공식적인 변명이었으나 딴은 진정한 인도의 사막을 경험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우리의 여정은 인도의 북부. 파키스탄과 국경을 마주한 라자스탄 일주였다. 델리에서 일을 보고 올드델리 바하르 간지에서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만난 파키스탄 계 여행업자에게 얼렁뚱땅 넘어가 미니버스를 렌탈 하는 데 성공, 그날 저녁으로 라자스탄 일주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라자스탄은 ‘왕들의 땅’ 또는 ‘왕들의 나라’라는 뜻으로 인도를 구성하는 28개 주의 하나로 면적이 약 35만 평방킬로미터에 인구가 5천7백만 정도뿐이지만 기원전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왕국이 생성 소멸되면서 많은 궁전과 사원 유적을 건설하였으며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그중 많은 부분이 문화유산으로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 따른 로맨스도 무지하게 많이 남아있다.



사실 내가 라자스탄을 동경한 이유는 조금 엉뚱한 곳에 있었다. <라간>이란 영화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된 경력을 지닌 아슈토쉬 고와리커 감독의 신작 조다 악바르라는 발리우드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인도가 영국 식민통치를 받기 직전까지 이 라자스탄 지역을 오랫동안 지배한 무굴제국(1526~1761)의 약 200년간의 역사와 숨결 그리고 아메르의 공주 조다와 무굴의 황제 악바르의 로맨스에 홀딱 심취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잠깐, 영화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라지푸트의 <조다> 공주는 몽고의 칭기즈칸 후예들이 건국하여 힌두스탄을 장악한 무굴제국의 왕 <악바르>에게 정략적인 혼인을 통해 시집을 간다는 것이 큰 영화 배경의 줄거리다. 여기서 알아둘 것 하나가 라지푸트족에 관한 내용이다. 전사 집단으로 불리는 라지푸트족은 1천 년의 세월 동안 라자스탄을 배경으로 중세 유럽의 기사도와 비슷한 명예 규정에 따라 이 지역을 통치했다. 승리의 희망이 없을 때는 집단 자살을 행할 정도로 자부심과 명예심을 최고 가치로 삼았던 라지푸트족은 결국 무굴제국의 속국으로 전락하는데. 이 당시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화장용 장작더미 위로 자신의 몸을 날렸고, 남자들은 말을 타고 적과 죽음을 향해 긴 옷자락을 날리며 달려갔다고 전해진다.



<조다 악바르>라는 영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면 인도의 역사와 라자스탄의 문명사와 종교, 문화 및 관습 등을 아주 디테일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 이 라지푸트 족의 <조다> 공주가 바로 라자스탄을 유명하게 만드는 3가지 꽃 중 하나인 자이푸르를 무대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기의 로맨스는 시작되고 무굴 제국의 지배권을 받아들인 대가로 라지푸트들은 무굴 제국을 통해 왕위와 군대 지휘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18세기, 무굴 제국이 무너질 때까지는 그대로 유지되었던 것이다.


그 뒤 영국의 지배를 받고 1947년 인도의 독립 후 라자스탄에 있던 여러 라지푸트 공국들은 인도 연방의 라자스탄 주에 속하게 된다. 자, 이런 라자스탄의 역사적 배경에다 <조다> 역을 연기한 아이쉬와라 라이의 매혹적인 눈빛을 보고 있으려니 사막 어딘가에서 반드시 푸르 다를 두른 아름다운 여인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부풀어 올랐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우리의 라자스탄 일주는 시작되었다.




자이살메르를 접고 오시안의 카멜 캠프에서 사막을 즐기다

라자스탄에서 너무나 유명하며 타르 사막의 입구에 해당하는 도시 자이푸르에 도착하자 우리는 비로소 작은 깨달음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건 인도의 북부 라자스탄이 우리가 생각한 만큼보다 더 넓고 광대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아차린 것이었다. 더구나 우리가 빌린 인도산 낡은 미니버스는 속도가 느려서 목적지로 가는 데만 늘 두 곱절의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자이살메르는 커녕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조차 맞추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부득불 우리 일행은 핑크빛 대문들이 줄지어 서 있는 구 시가지 성벽 아래서 따뜻한 ‘짜이’를 한잔씩 들이키며 중대 결정에 이르게 된다.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까지 가는 일정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오시안으로 방향을 틀어 조드푸르를 지나 델리로 돌아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순간 누가 묻는다. 오시안(osian)은 또 어디야? 그랬다. 인도를 많이 다녀본 사람들조차 오시안의 정체를 잘 몰랐다. 그리고 거기에 라자스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파리 호텔인 카멜 캠프가 있다는 사실 또한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오시안은 라자스탄 사막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오아시스다. 라자스탄 서부의 조드푸르에서 65km쯤 북쪽으로 떨어져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로 고대마을부터 쭉 내려오던 사막 내 정착촌이다. 우리는 흔히 사막이라고 하면 사하라 사막처럼 웅장한 모래언덕을 연상하곤 하는데 라자스탄의 사막들은 대부분 잡초가 우거진 황무지로 보면 된다. 그런 황무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지역 중 오시안은 그래도 모래언덕다운 멋진 사막의 모습을 연출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오시안은 진정한 사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엔 종종 외국인들이 낙타 트랙킹을 경험하려고 찾는 이들이 많은 데 사막 안에 지어진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는 2박 3일 코스의 체험형 낙타 사파리가 큰 인기상품이다. 이러한 투어를 하면서 방문객들은 라자스탄의 문화와 전통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이곳에서 발원된 그들의 종교에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을 찾아와 낙타 사파리와 텐트 호텔을 즐기려면 가장 이상적인 계절이 11월부터 2월간 3달 사이다. 우리가 들렀던 환타스틱 한 카멜 캠프도 이 기간에만 영업을 한다. 다른 달에는 기온이 너무 높아 트랙킹도

숙박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냉혹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는 타르 사막 입구에 카멜 캠프가 있다. 조그만 여행책자에, 그것도 우리나라도 아닌 외국인 여행객이 쓰다 버린 안내지에 형광펜으로 조그맣게 밑줄 그어진 그 호텔을 우리가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의 감동은 실로 대단했다. 여행이란 단어에 즐거움을 하나 더 추가해 줄 수 있는 그런 색다른 감동이었기 때문이다.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만 오픈하는 오시안의 카멜 캠프는 사막을 경험하러 오는 방문객들이나 낙타 트랙킹을 원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이 일반적인 건물로 지어진 호텔이 아니라 사막 한가운데 그것도 최정상에 럭셔리한 텐트를 대량으로 지어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호텔 주변 지역으로 60미터가 넘는 모래 언덕 정상에 위치해 어디서든 인근 마을에 있는 사막의 뛰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일급 호텔 부럽지 않은 텐트 호텔은 아프리카 식 사파리 텐트를 기본형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바닥에 고급스러운 카펫을 깔아 사막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또한 모든 텐트 안에는, 배수로가 연결된 화장실과 욕조와 샤워시설이 구축되어 있으며 이를 받치고 있는 것은 오로지 텐트 구축물과 단단한 흙벽돌 하나뿐이다. 카멜 캠프의 중심에는 역사가 아주 오래된 야전 스타일의 진흙 벽돌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투숙객들이나 방문자들은 이곳에서 주로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또한 가장 정상에는 아침식사를 하는 원두막과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어 라자스탄에서 가장 높은 사막 위에서 수영을 즐기는 색다른 낭만 또한 제공하고 있다.



하루의 더위가 물러가고 사막의 뙤약볕이 시들해질 즈음 자이살메르로부터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텐트의 앞에 놓인 조그만 호롱 볼에 비로소 불이 들어온다. 벽돌로 만들어진 샤워실 아래 물이 사막으로 스며들어 말라버릴 즈음 텐트 앞에는 여행자들의 즐거운 이야기들로 북적거린다.



가족들로 구성된 인근 마을의 라자스탄 전통춤을 선보이는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 공연단은 호텔에 단 한 팀의 손님이라도 오면 공연을 위해 나타난다고 한다. 그들에겐 중요한 일상이 되어버린 듯했다. 얼마쯤일까, 공연이 끝나고 맥주도 다 떨어져 갈 즈음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두운 밤하늘보다 더 많이 떠 있는 초롱초롱한 별들을 마주하게 된다. 밤하늘에 이렇게 별들이 많았던가? 오아시스에서 시원한 사막의 내음을 맡으며 떨어지는 별을 보며 잠들 수 있는 곳이 지구상에 대체 몇 곳이나 될까?


라자스탄 주 오시안에 위치한 카멜캠프는 라자스탄의 타르 사막지대에 위치해 있다. 영업은 11월부터 2월 사이가 성수기이며 비수기 시즌은 문을 닫는다.


우리는 여기서 진정한 사막의 판타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낭만적인 베이스캠프인 카멜 캠프는 주변의 자이살메르와 실크로드의 종착지로 유명한 비까네르를 통틀어 가장 멋진 호텔(사파리클럽)로 여행자들에게 뽑힌 바 있으며 지금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시즌에는 많은 이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낙타대신 사륜 지프를 얻어 타고 타고 인근 Bishnoi 마을을 트랙킹 했다. 우리가 지나가는 사이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낙타를 타고 어디론가 열심히 길을 나서고 있었다. 카멜 캠프에서의 하룻밤은 더위에 지친 인간들을 진정한 휴식으로 안내하는 꿀 맛 같은 오아시스, 바로 그것이었다.




‘타셈 싱’의 마지막 선택은 푸른빛 도시.... 조드푸르


뭔가를 포기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자이살메르를 포기하자 인도는 우리에게 카멜 클럽이라는 오아시스를 던져 주었다. 그건 인도 여행에서의 행운을 뜻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인도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류시화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자신이 예약한 자리를 양해도 없이 밀치고 들어오는 인도인의 '이 자리가 어제도 정말 당신 자리였느냐?'라는 황당한 질문에 여행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할 만큼 인도에서의 여행은 당혹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08년 개봉해서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더 폴(The Fall)의 타셈 싱 감독에게는 인도는 당혹이 아닌 신이 내린 선물 그 자체였다. 지난 20년 동안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가로 모은 전 재산을 털어 4년간 28개국에서 컴퓨터 그래픽 없이 실제 자연 대상 만을 촬영해 만든 영화 <더 폴>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무대가 바로 이곳 조드푸르의 요새 메헤란 가르 성이었기 때문이다.



실존하지 않는 것 같은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아 4년간이나 한 작품에 매달려 온 타셈 감독의 열정은 지금까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새로운 영상을 창조해냈다. 그 열정의 마지막을 온전하게 지켜주는 장소가 바로 이 조드푸르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 곳임을 잘 알려주고 있다고 해야겠다.


흔히 블루 시티라고 불리는 조드푸르는 카스트제도의 브라만들이 집을 파란색으로 칠해 브라만이라는 것을 알렸는데 오늘날에는 브라만이 아닌 사람들도 파란색으로 칠해버려 블루시티란 닉네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시장통에서 현지인들에게 들은 얘기는 또 다른 내용이었다. 조드푸르 지역은 예전부터 모기가 많아 지혜로운 선조들이 모기가 싫어하는 푸른색을 실내에 칠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푸른색 도시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는 웅장한 메헤란 가르 요새는 조드푸르에 비장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포인트다.


파란색 지붕의 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도시의 끝. 험한 바위 투성이 언덕에 우뚝 솟아있는 메헤란 가르(Meherangarh) 성에는 죽은 남편을 따라 사티를 감행한 아내들의 손바닥 인장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1843년 마하라자의 화장용 장작더미 위로 몸을 던진 궁중 여인들의 손바닥 위에 아직도 누군가는 존경의 표시로 손을 대며 지나간다. 이제는 좀 없어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우리는 메헤란 가르 성에서 직접 조드푸르의 중앙시장인 사다르 마켓의 시계탑까지 걸어서 내려갔는데, 골목골목 진기한 파란색과 천진난만한 아이들 그리고 어슬렁 거리는 소떼까지 꼭 ‘판의 미로’에 등장하는 마법의 도시를 통과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다르 마켓 바자르의 시계탑 근처에서 이 조드푸르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라시(요구르트의 일종)를 먹었는데 노란색의 라시는 샤프란 맛 라시 답게 샤프란 향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곤 뒤이어 느껴지는 뭔가 미묘한 향신료의 맛.. 이 맛이 인도의 맛이구나...



그날 조드푸르의 골목과 시장 통 바자르에서 나는 정말 수많은 이들을 만났다.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다. 화려한 색을 입힌 비단을 파는 가게에서부터 실크를 포장하는 맨발의 청년, 푸른색 도심 속에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건네 준 동네 꼬마 녀석들까지 조드푸르는 카멜 클럽과 함께 자이살메르까지 가지 못한 우리에게 다양한 여행의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라자스탄은 역사의 베일을 벗는 사막의 여인, 그 자체


수치를 당하느니 죽음을 선택한 라지푸트(Rajput)족의 핑크빛 도시에서 사막의 모래바람에도 여전히 굳건히 서 있는 성과 신비한 이름의 궁전들, 호화로운 터번을 두르고 수염을 기른 전사의 후예들이 대대로 살아온 땅. 양손에 아이를 들쳐 매고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모래언덕 뒤로 어디론가 사라지는 사막의 여인들, 토굴을 지어 살아가는 최초의 브라만 계급이 존재하는 신비한 땅, 바로 왕들의 땅이라고 불리 우는 라자스탄이다.



내가 돌아본 라자스탄은 얼핏 보면 황무지 사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서 현존하고 있는 굳건한 역사의 후예들과 그들이 남겨놓은 보석 같은 도시와 유적들을 살펴보다 보면 ‘천일야화’를 능가하는 흥미진진한 용사들의 스펙터클 한 스토리와 감미로운 로맨스 그리고 실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전하는 자연의 위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아름다운 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여행자의 불찰이며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늘 주마간산으로 여행지를 돌아보는 짧고 안타까운 일정에 대한 아쉬움도 라자스탄의 광활함 앞에서는 그 효력이 미치지 못하였으니 라자스탄은 험난한 삶의 끈을 놓지 않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친절하게 이어주고자 낯선 사막의 여인네가 내미는 다정한 손길 그 자체로 나에게 남아있다. 그건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아닐까.. 다시 사막의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당신의 마음이 평화롭다면 어느 마을에 가서도 축제처럼 즐거운 일들만 발견할 것이다 ” -인도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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