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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Aug 04. 2019

대대리를 지나며


강원도 고성군 군청 소재지인 간성읍에서 거진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동네가 대대리다. 나에겐 엄혹한 시절 무소불위의 검문소가 있던 곳으로 시외로 나가자면 늘 이곳에서 헌병의 링소리를 저벅저벅 들어야 했던 곳이다.


마을뒷산인 노구산이 세 마리 학이 날개를 펴고 앉은 형상이라 '학터' 또는 학대리로 불리다가 현재는 '한터' 또는 대대리로 부르게 되었다. 진부령 쇠똥령 가는 길에 명종이전 건축된 간성향교와 유적지가 있다.

사실 한터는 내 땅도 아니고 네 땅도 아닌 마을의 넓은 공터를 애둘러 말하는 단어다. 울나라 곳곳에 대대리나 한터라는 지명이 무수히 많은 이유다. 특히 고성의 대대리는 함경도와 진부령 서부 그리고 속초 이남을 연결하는 주요한 교통의 요지여서 삼각형의 너른 공터가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큰 소나무가 공터의 상징으로 반세기 동안 우뚝 서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이곳엔 그저 고즈넉하게 학이
마을을 날아 다니는 향촌이었지만, 인천상륙작전
이후 연합군의 북진이 진행되면서 남아있던 북의
패잔병들이 패주하면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아픈
상처를 안고 있기도 하다.

흰패냐, 빨갱이냐 하는 마녀사냥에 흰패로 몰린 고성 양민들이 붙잡혀 북으로 압송되다가 속도가 더뎌서 더 이상 함께 도망칠수 없자 패잔병들이 포로들을 무참하게 살상한 곳도 바로 여기 고성이었다.


울진에서 원산까지의 300리길. 지금은 아름다운 7번 국도가 휴가객을 반기고 있지만, 열아홉 인민군 포로가 걸었던 상하행 그 600리 길의 고난했던 역사적 풍경은 이호철의 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에서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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