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붕의 시간속으로

by 다모토리



낡고 부서지고 삭아있는 슬레이트 지붕들 사이로 흐르는 색이 있다. 마치 피 빛처럼 처절한 인생살이의 역정을보여주듯 우리의 머리 맡을 이고 있는 그 지붕은 그처럼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어느덧 우리는 지붕이란 단어를 쉽게 지나쳐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조그만 시골엔 아직도 내 키보다 작은 지붕들이 즐비하다. 그런 지붕을 보고 살아온 나는 아직도 빗물이 넝그러히 고여있는 작은 시골의 기와지붕이나 슬레이트 혹은 푸르스름한 양철집 지붕을 보면 과거의 시간속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여름엔 비닐 채양이 덧 씌여지고 겨울엔 작은 고드름이 줄줄이 과일처럼 열리던 지붕 아래서 난 동무들과 지우개 따 먹기를 하거나 볼펜축구를 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래! 나에게 있어 추억은 힘이다. 골똥같은 세상사를 보며 미래를 접은 지 오래. 나의 힘은 추억이 되었다. 강렬한 과거로의 회귀는 현재의 불합리함을 도피하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그 속엔 잔잔한 결과물들이 숨어있다.

나를 이끌어 냈던 힘들. 붉고 푸른 지붕의 느낌들. 이야기들. 사람들. 오늘 그것을 잊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세상을 보며 난 불평한다. 철 지나 쉬어버린 지붕 색만도 못한 비전이란 허울들을 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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