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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tobadesign Apr 22. 2024

프롤로그

애씀을 애쓰지 않습니다

사람은 모두 애쓰며 산다. 먹고살기 위해 애쓰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하기 위해 애쓰고 못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더 잘하기 위해 애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꿈을 넘어서기 위해 애쓴다. 나를 위해 애쓰고, 누군가를 위해 애쓴다. 하물며 배설을 위해서도 그 순간 온 힘을 다해 애쓰니 애쓰지 않는 때가 없다. 애쓰는 일은 삶의 어느 순간에나 빼꼼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애쓰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 그렇다. 대체적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유지하기 위해,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쓴다. 그런데 나는 가끔 이 애씀이 공회전을 할 때가 있다. 주로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든 더 잘하기 위해,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기를 쓸수록 그랬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빛을 보는 날이 있기는 한 걸까?' '답답해 죽겠다!' 그리고 늘 제자리를 맴돌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달려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에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이럴 때는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방향을 잘못 잡고 너무 기를 쓰거나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거나 무식하게 밀어붙이고 있을 때였다. 애쓰다 못해 버둥버둥대는 것이다.

실제로 애쓰다의 유의어를 찾아보면 '몸부림치다' '버둥거리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들은 내 느낌상으로는 유의어라기보다는 애쓰다에 답답함이 한 트럭은 더해진 복장 터짐의 단어 같다.


그렇게 애를 쓰다 못해 기를 쓰며 버둥거리고 있으면 늘 떠올리는 말이 있다.


        너무 애쓰지 않도록 노력하기(頑張らないように頑張る)

        될 일은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なるようになるさ)


이 말들을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 말들이지만 이 말을 되새기면 어깨를 딱딱하게 뭉치게 했던 긴장, 불안 등이 조금은 녹아내리는 듯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힘을 조금 빼고 바라보았을 떼 애쓰기만 하면서 팽팽하게 부풀어 있던 것에 숨통이 살짝 트이면서 어떤 결말에 도달하곤 한다. 그런 애쓰지 않음이 오로지 앞만 보다가 양옆도 아래도 위도 뒤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나의 애씀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생계를 위해, 좋아하는 일을 위한 것도 있지만, 욕심, 자격지심, 불안에서 올 때도 많다. 그래서 지금의 애씀, 과거의 애씀, 미래의 애씀(?)을 들여다보면서 제발 어깨에서 힘 좀 빼고 느슨하게 살아가는 애씀을 연습하고 싶다. 애쓰고 애쓰다 자신한테 매몰되어 내가 내 무덤을 파는 일 없이, 아둥바둥은 조금 감추고(?) 우아하게(??) 살아가고 싶으니까.


그런데 사실 이미 조금 걱정이 된다. 애씀을 애쓰지 않겠다고 하면서 나는 이제부터 이 글들을 쓰기 위해 분명 애쓸 테니까. 제발 어느 순간 방향에서 벗어나 공회전만 하다가 끝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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