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 국립제주박물관 / 불교중앙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
4월은 다닌 것에 비해서 포스팅을 많이 못 쓴 것 같다. 회사 일이 약간 많아져서 그런가...? 포스팅 쓸 거리가 이미 밀려있는 상태인데 5월에 볼 전시가 너무 많다. 과연 가정의 달... 1인 가정이지만 꿋꿋하게 즐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4월 말 ~ 5월 개막하는 전시 중 '꼭 5월에 봐야만 하는 전시'를 좀 추렸다. 기준은 5월이나 6월에 끝난다든지, 내가 좀 빨리 가서 보고 싶은 것들. 단순히 5월에 개막하는 것만 따지면 지금 내가 파악한 것만 한 10개가 된다.
최근엔 전시를 보고 포스팅을 쓰면서 논문이나 기사 같은 다른 자료를 참고하는 재미도 많이 느끼고 있다. 너무 전문성이 들어가는 부분까지는 소화를 못하더라도 재밌는 이야깃거리 한두 가지만 뽑아낼 수 있어도 만족이라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달의 목표는 내 나름대로 '전시 연계 독서'를 하는 것이다. 5월 전시 목록을 보니 참고할 만한 책이 몇 권 떠올랐기 때문. 아 근데 이제는 진짜 책 한 권 읽는 게 너무 힘들다... 속도감 있게, 부지런하게 진행할 수 있기를..
4월 전시 포스팅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다. 나는 이거 일단 5월 초로 예매해뒀는데 최소 3번은 더 가야 할 것 같다... 전시가 총 4차에 걸쳐 열리기 때문. 한 달 정도 간격을 두고 열리는 각 회차별로 전시되는 작품이 조금씩 달라진다.
회차별 전시품 및 예매 오픈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티켓 예매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년에 열린 특별전을 못 봐서 이번 전시 자체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긴 한데, 무엇보다도 전시 제목에서 이건희 회장을 '어느 수집가'로 표현했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회장과 그 부친이신 이병철 회장 모두 문화재 수집으로 이름을 떨쳤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당장 리움미술관이나 호암미술관,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문화재 기부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이병철 회장의 수집 활동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그것과 비견될 정도다. 하지만 삼성이라는 회사가 워낙 큰 회사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구설과 엇갈린 평가가 난무하다보니 수집가로서 자세한 면모가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받진 못 했던 것 같다.
평가는 자유이겠으나, 이런 수집이나 기증 자체를 '부자들의 돈놀이'라거나 '세금 회피 수단'으로 평가절하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가 이건희 회장을 한 사람의 순수한 수집가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한편, 비슷한 사례가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전시 기획 측 역시 이건희 회장이 문화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즐거움을 가진 한 사람의 수집가로 오롯이 평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제목을 붙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전시 보기 전...은 힘들 것 같고 최소 포스팅 쓰기 전에 읽을 책으로 [리 컬렉션]이라는 책을 찾았다. 호암미술관 부관장까지 지낸 이종선이라는 분의 책이다. 삼성가의 문화재 수집과 박물관 건립에 대해서 나름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하니 배경지식 삼아서 읽어볼 생각.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세한,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의 순회 전시라고 한다. 순회 전시는 이렇게 몇 년 지나고도 개최되는구나... 그때 못 봤으니 잘 됐다.
사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시절 그린 세한도는 너무너무 유명한 작품이지만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게 만약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시가 아니었다면 세한도를 실견할 기회는 더 미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사 스토리가 제일 중요하지 않겠나... 세한도가 178년 만에 제주도를 다시 찾았다고 하니 이건 가서 봐야지.
이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좀 늦게 알았다는 점이 조금 후회스럽다. 한참 날씨가 좋았던 4월 초, 중순에 다녀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5월 초 당일치기 일정을 잡아두었는데 벌써 서울 날씨도 많이 더워지는 듯하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시 기간이 길지 않아서 미룰 수도 없는 상황. 눈 딱 감고 다녀와야겠다.
한 가지 또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면, 세한도 역시 손창근 선생이 지난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기증 문화재라는 점이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와 함께 느끼는 바가 많을 듯...
환지본처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또는 돌아온다'라는 뜻이다. 불교중앙박물관 페이스북 게시물에 따르면 '도난되었던 성보(성스러운 보물이라는 뜻인가...?)'가 전시된다고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32건의 문화재가 모두 그런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도난되었다 되찾은' 문화재란 스토리가 재미있...다기보다도 아무튼 좋은 일이니까 흥미가 가고,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감명 깊은 불교 문화재를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여기도 한 번 가볼까 한다. 전시 일정이 꽤 타이트해서 5월 중에 꼭 가야 할 듯하다.
'민속학'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다. 안 그래도 앞서 몇 차례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으면서도 '민속'의 개념이 되게 쉬운 듯, 어려운 듯 애매모호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열리는 전시.
이번 전시를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이 민속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민속학의 과거, 현재, 미래는 어떠한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제강점기 흑백 사진 자료가 대거 공개되는데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컬러화한 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재밌을 것 같다.
특히 과거 고고학 발굴품이나 역사에 한정된 관심을 갖고 전시를 보기 시작했다가 전시 디자인 및 공간 구성에까지 관심을 확장한 계기가 국립민속박물관의 [역병, 일상] 전시였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또 뭔가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가 아주 크다.
다만 일정상 5월에 볼 수 있을지 확실하진 않음. 7월까지 진행되는 전시라 6월에 봐도 되고 5월 중순 민속박물관과 가까운 고궁박물관에서 궁중현판 전시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를 경우 5월 하순, 좀 늦어지면 6월 초에 두 박물관을 한꺼번에 방문할지도 모르겠다.
이 전시는 최미옥 큐레이터님의 [뮤지엄 X 여행]이라는 책과 연계해서 볼 생각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저자인 최미옥 큐레이터님이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디자인 담당 큐레이터이기 때문. [신디의 박물관여행](링크)이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신데 [역병, 일상] 전시 디자인도 이분이 하신 것 같다. 이 책이 이번 전시를 보는데도 도움이 되겠지만 앞으로 다른 전시를 볼 때도 전시 기획자들의 어휘와 문법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전시 관람에 취미를 붙인 지도 6개월 정도 되었다. 그간 나름 데이터가 축적이 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전시에서 보이는 것, 느끼는 것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부지런히 다니고, 쓰는 것도 좋지만 종종 내 글이 단순히 어떤 전시에 대한 2차, 3차 창작물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많다.
물론 좋은 전시를 홍보하고 소개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없진 않아도 내 글에서만 얻어 갈 수 있는 인사이트를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래서 나름 더듬더듬 논문이나 책도 읽어보고 여러 전문가들, 다른 블로거, 작가들 열심히 찾아보고 있긴 한데 쉽진 않네.
아무튼 뭐... 브런치에 글쓰기 시작한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닌 데다 내가 이걸로 당장 밥 벌어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고민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