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털 빠지고 골 때리는 노션 배우기

80세까지 많이 남았다. 뭘 못해?

by 이세일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를 한 심리학자는 명쾌하게 구분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디는 것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란다. 이 정의에 따르면 난 분명 자발적 외로움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친구들이 즐겨 쓰는 말

“뭐 재미있는 일 없냐?, 심심해 죽겠다!”

심지어 밥 잘 사주는 친구 놈은 “외로워 죽겠다”며 팔뚝을 두 번 긋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났다. 다행히 손목에 보기 싫은 상흔만 남기고 이제는 정신과 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회복되어 끊었던 술도 곧잘 마신다.

분명 노년을 향해가는 나이는 육체가 퇴행하고 있기에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잘 팔리는 도서 가운데 한 분야가 노년을 찬양하는 책이다. ‘아름다운 노년’, ‘노년의 행복’ 등 ‘노년’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노년을 아무리 아름답게 묘사한다고 할지라도 젊음에 비교할 수 있을까?

작년인가?
안과로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 수많은 환자가 대기하고 있는데 대부분 노인이다. 정형외과, 안과, 내과는 노인이 아니면 병원문을 닿아야 할 정도로 노인으로 붐비는 곳이다. 자신도 그 무리 중의 한 사람이기에 대기하다가 순번이 되어 여의사 앞에서 착한 양이되어 물어보는 질문에 예쁘게 대답한다.

“안압은 정상이고요. 백내장이 시작되었는데 아직 수술할 단계는 아녜요”

미소까지 흘리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병원을 나왔는데 뭔가 허전하다
“아! 내 안경”

놀라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 간호사 앞에서

“진료를 받고 안경을 두고 나왔는데 찾아볼 수 있을까요?”

내 말을 들은 간호사가 웃는다. 순간 “뭐지?”

“지금 끼고 계신 안경은 뭐예요?”
“아!, 쪽팔려”

얼굴이 벌게져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자마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표정 관리를 하고 병원문을 나섰다. 나이 들었다는 것은 비극이 아니라 희극에 가까워지는 삶을 사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도치 않은 실수에서 나오는 행동이나 말이 주변 사람들에게 실소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의 내면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처럼 처참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외롭지 않다고 우기는 것일까?

이유는 한 가지다. 홀로 있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책 읽기, 영화 보기, 음악 듣기, 글쓰기 등 내 또래의 친구들보다는 혼자서도 잘 논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배우는 즐거움이다.
젊어서부터 자료 관리에 대한 욕심이 유별났다. 286 컴퓨터가 나왔을 때부터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에 관한 관심 때문에 비싼 돈 주고 소프트웨어도 많이 사들였는데 요즘은 노션(Notion) 배우기로 시간을 보낸다. 젊었을 때야 컴퓨터가 없었으니까 자료 관리의 유일한 방법은 무식하게 쓰는 것이기에 노트나, 바인더, 메모장 등을 이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핸드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PC 등을 통해 거의 무한대로 자료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다. 문제는 배워야 한다는 것. ㅠ

젊은 친구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컴을 다루는 것이 일상이고 쉬운 일이지만 연식이 높은 사람은 아무래도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다. 286 컴퓨터부터 컴을 다뤘기에 친근하기는 한데 아무래도 이해 부족에서 오는 거리감이 있다.



작년부터 독서나 영화, 일기, 간단한 일상은 ‘Notion’을 사용한다.
프로그램을 만들 실력은 안 되기에 고마운 사람들이 유튜브에 공개한 탬플릿을 이름만 바꿔 사용하면 되기에 기쁘게 이용 중이다. 새해부터는 가계부도 노션으로 사용하고 싶어 몇 개의 탬플릿을 내려받았는데 문제는 데이터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며칠 전부터 머리털 빠지고 골 때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럴수록 더 해 보고 싶은 투지!!
ㅎㅎ

”나, 아직 안 죽었어“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란 멋진 제목의 책이 있다.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까지 그림을 그린 모지스 할머니의 자전 수필이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 지 표지를 장식했다. 그녀가 100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때 미국 정부는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선정했다. 그녀가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신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당신의 나이가 이미 80이라 하더라도요.”

80세까지 많이 남았다. 뭘 못해 ㅎㅎ


배경음악은

The winner takes it all - At Vance (Pride and prejudice) 입니다

https://youtu.be/RA_LdzGfy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