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리뷰
가끔은 저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며 구입하는 책이 있다.
이때의 선택 기준은 책의 디자인이 예쁘거나 가슴 시린 감성적인 제목이나 평상시 관심이 있는 내용일 때 내 책이 된다. ‘산티아고 가는 길’ 이런 제목으로 출간된 책들이 꽤 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사진으로 ‘산티아고 가는 길’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상이나 책으로 산티아고에 대해서 꽤 알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아쉬운 것은 산티아고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디자인이 특이하고 예쁜 책을 만났다. 김효선 작가의 작품집이라고 할 정도로 산티아고의 풍경과 사람들의 표정을 담은 사진들로 가득 채워진 이 책은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편안하다. 사진을 구경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 마치 자신이 진짜 산티아고를 걷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하긴 나처럼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런 책은 대리만족으론 최고다. 걷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고생하며 걸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있을 정도니까 그러기에 이런 책은 잘난 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
이 책의 저자인 김효선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므로 우선 검색했더니 배나영 자유기고가와의 인터뷰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50대의 아줌마로 살다가 여행 작가로 변신했다는 이력이 먼저 보였는데 밝게 웃는 그녀의 표정은 멋진데 통통한 몸매는 나하고 비슷하다. “아니 이 몸으로 카미노 프랑세즈 800km, 비아델라 플라타 1000km, 카미노 포르투게스 600km, 카미노 피니스테레 60km를 걸었단 말이야?.” 이런 놀라움이 있다. 그녀는 자그마치 2460km를 걸었는데 서울·부산을 3번 왕복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이것만으로도 존경의 대상이다. 어려서부터 세계문학전집을 읽으며 소설 속의 이국적인 풍광을 만나리라 다짐했고 남편과 두 딸에게 당당하게 인생 3막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저자는 도보 여행가로 변신했다. 꿈에서 멀어지는 삶 때문에 너무 외롭고 허전해진 그녀의 마음을 읽은 아버지는 딸에게 ‘꿈은 복권 떨어지듯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한다. 이때부터 그녀는 비밀통장에 3만 원 5만 원 등 형편 되는대로 저금을 했고 15년 동안 꿈의 경비를 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영어 실력도 늘렸고 여행경비와 영어실력을 갖춘 그녀는 드디어 마흔아홉의 나이에 독일로 떠났고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저는 인생을 3막으로 분류해요. 1막은 부모 밑에서 양육을 받는 시기고, 2막은 내가 부모가 되는 시기예요. 아이를 다 키우고 나면 인생 3막이 펼쳐지죠. 그때부터 시작이에요. 3막은 내 마음껏 살아볼 수 있으니까요.”그녀는 지금 자신을 위해 마음껏 인생을 살고 있다. 준비된 인생은 그래서 아름답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산티아고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되었다.
스페인 북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인 산티아고의 정식 이름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 콤포스델라(Camino de Santiago)다. 스페인어로 카미노는 길이란 뜻을 가지고 있고 산티아고는 예수님의 12제자 중 하나이고 요한의 형인 야고보를 가르친다. 콤포스델라는 무덤을 의미한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콤포스델라’는 야고보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길이다. 성경은 야고보의 죽음에 대하여 간략하게 말한다. ‘이 무렵 헤롯왕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박해와 손을 뻗쳐 요한의 형제인 사도 야고보를 죽였다.’(사도행전 12:1-2절) A.D.44년 유월절 전후 헤롯 대왕(B.C.37-B.C.4)의 손자인 아그립바 1세(Agrippa1, A.D.37-44)를 가르친다. 그는 A.D.41년 칼리굴라(Caligula)가 암살당한 후 글라우디오(Claudio)가 황제로 즉위할 수 있도록 공헌한 데 대한 대가로 지금의 이스라엘을 통치할 수 있는 왕이 되었다. 그는 유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노력했는데 야고보 사도를 죽인 것도 그 당시 교권을 가지고 있던 사두개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 후 성경은 야보고 사도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스페인은 야고보에 대한 많은 전설과 기적의 이야기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그립바에 의해 목이 잘리며 순교한 야고보의 몸과 머리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 돌로 만든 배에 실렸고 돛도 노도 없는 이배는 성령의 감동으로 항해를 계속해 산티아고에서 16km 떨어진 패드론이란 곳에 정박을 했다고 한다. 이때 야고보의 시신은 산으로 옮겨져 매장을 당하게 되는데 그 후 800년 동안 야고보는 사람들에게 잊힌 존재했다. 그러나 813년 수도사 펠라요는 별이 빛나는 들판에서 무덤 하나를 발견하고 이 무덤의 주인이 야고보란 확신이 들어 로마 교황청에 보고를 했고 교황청은 검증을 통해 야고보의 무덤으로 인정했다. 교황 레오 3세에 의해 성지로 선포된 이후 지금의 산티아고 콤포스델라 대성당은 1078년에 짓기 시작해 1128년 무렵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산티아고 콤포스델라는 예루살렘과 로마에 버금가는 성지가 되었고 1987년 유럽연합은 산티아고 가는 길을 첫 번째 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1993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저자의 산티아고 가는 길 참조)
이 길이 유명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파울로 코엘료가 이 길을 걷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 아닐까? ‘연금술사’나 ‘순례자’에서 그는 자신의 삶이 바뀐 이유를 이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지금도 전 세계의 사람들은 종교적 순례의 길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하여 등의 이유로 이 길을 걷고 나 자신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길을 걷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저자가 걸었던 카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 생장 피드 포르테에서 출발 산티아고 성당 도착) 비아델라 플라타(스페인 세비야에서 출발해 산티아고 성당 도착) 카미노 포르투게스(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보아에서 출발해 산티아고 성당 도착)의 여정을 사진 중심으로 기록한 여행기다. 수많은 산티아고 여행기와의 차별 점은 바로 사진에 있다. 산티아고를 여행한 책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매력이 있다. 상상 속의 풍광들을 멋진 사진으로 보며 여행객들이 왜? 이곳을 걷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 도종환은 그의 시 ‘처음 가는 길’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시인의 노래처럼 이 책 속에는 1200년 이상 이 길을 지나간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죽음에 이르는 길이 되었기에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여행자들의 사진은 숙연하며 마음을 아프게 한다. ‘순례자의 무덤’은 그들이 그토록 가고자 원했던 서쪽 산티아고 방향을 향해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며 울컥했다.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이 길을 걸어야만 하는 인생의 절박함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도 목숨을 걸고 남은 인생을 살 정도의 다짐이 있단 말인가?”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철 십자가 크루스 데 이에로
높이 1504 산마루에 있는 키 높은 나무 기둥 위에 세워진 철 십자가. 그 나무 기둥은 엄청난 돌무더기에 둘러 쌓여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성황당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곳에서 순례자들은 그들의 고향에서 혹은 어딘가에서 수집한 돌에 특별한 소원이나 의미를 담은 돌을 이곳에 올려놓고 간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자아로 출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산티아고는 걷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곳을 걷는 순례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는 있다.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 자신도 이 길을 걷는다면 분명히 산티아고 대성당 안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간절한 염원으로 기도할 것이다. 하나님은 이 기도에 대해 이렇게 약속하신다.‘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사람이 됩니다. 더 이상 전과 같은 인간이 아닙니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입니다.’(고린도후서 5:17)
새로운 인생!
이것이 산티아고를 걷는 분명한 이유가 아닐까?
배경음악은
Wildson의 - 'I Am Better Off'입니다.
https://youtu.be/Wro41ZIlc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