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영화
드라마/이탈리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주연
람베르토 마지오라니 엔조 스타이올라
줄거리
2차 대전 직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의 거리.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던 안토니오는 우연히 직업소개소를 통해 거리에서 벽보를 붙이는 일을 맡는다. 그러나 그 일을 하기 위해선 자전거가 필요했고 이 사실을 안 아내 마리아는 남편의 직업을 위해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했던 침대 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자전거를 구입한다. 그러나 출근한 안토니오가 벽보를 붙이는 사이 한 사내가 자전거를 타고 도망친다.
※ 본 감상평은 작품의 해석을 포함하고 있어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관람 전 독자분들께서는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자전거 도둑>은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네오리얼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중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려는 영화 운동이다. 그 이전의 영화가 독재 정권의 선전물이나 현실을 외면한 오락물에 치중했다면, 네오리얼리즘은 허위로 치장된 사회의 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현실을 정직하게 관찰한다. 해당 작품 또한 당시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있는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아내며, 연출적 기교나 상징을 절제한 채 장면 하나하나에 시대의 흔적을 담아낸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특정 시퀀스들을 통해 당시의 현실을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경찰과 시민
자전거를 잃은 안토니오는 경찰서로 향한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만 접수해 줄 뿐, 실질적인 도움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토니오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씁쓸하게 이를 수긍한다. 이 장면은 서민들이 기대어야 할 공권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당시 사회의 무력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결국, 안토니오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친구를 찾아간다. 이때 등장하는 두 인물은 당시 사회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먼저, 안토니오와 안면이 있는 실업자는 그의 처지를 동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겠다며 경고한다. 이는 궁핍한 현실 속에서 타인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이기적인 인간 군상을 적나라게 드러낸다. 또 다른 인물들은 노동조합으로 보이는 집단이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궁핍한 현실을 공론화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회의를 벌인다. 이를 통해 한편으로 현실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종교
시장과 시내를 돌아다니며 도둑을 찾던 안토니오와 아들은 우연히 자신의 자전거를 팔고 있는 노인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그를 쫓아 노인이 머무는 교회로 들어간다. 예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안토니오는 노인을 추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건의 정황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단지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그를 배척하며 내쫓으려 한다. 이를 통해 타인의 절박한 상황보다 종교적 믿음을 우선시하는 기이한 모습이 포착된다. 이러한 태도는 점을 보러 모인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반복된다.
점술
절망 속에서 마지막 희망에 기대어 점술집을 찾은 안토니오는 점쟁이에게 자신의 상황을 호소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절박함에는 무관심한 채 질서를 이유로 비난을 쏟아내고, 점쟁이 역시 실질적인 해답 대신 모호한 말들로 상황을 얼버무린다. 이 장면에서도 현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비이성적인 믿음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종교와 점술 모두 어쩌면 비참한 현실 속에서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개인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심리적 도피처가 아닐까 생각한다.
점쟁이의 대답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자전거를 곧 찾게 될 수도, 영영 찾지 못할 수도 있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 자신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신적인 존재를 대신하는 사람들조차 해답이 부재한 현실을 암시하며, 주인공이 마주한 허탈함과 무력감을 더욱 부각한다.
영화의 후반, 빈민가에서 겨우 도둑을 찾아낸 안토니오는 그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도둑은 시치미를 떼며 소동으로 번지고, 간질 증세까지 보이자 동네 사람들은 오히려 안토니오를 나무라며 그를 곤란에 빠뜨린다. 이 결정적인 장면은 안토니오가 결국 자전거를 훔치게 되는 계기가 되며, 피해자의 권리보다 같은 편을 두둔하는 집단 논리가 앞서는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렇듯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주인공과 그가 속한 환경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며, 결국 개인의 윤리마저 흔들리게 만드는 암울한 사회를 집요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주인공의 선택을 통해 그런 선택으로 밀어 넣은 안타까운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브루노, 전차를 타거라,
몬 테 사크로에서 기다려.
(안토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