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를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는
초라한 나무의자에 앉아
남은 생을 저울질하는
웅크려진 마음속엔
어떤 희망이 피어나고 있던 걸까
아-
그때 그 공기
다시 한 번 맡을 수 있다면...
아침 햇살 따스하게 반겨주던
생애 가장 행복했고
아름다웠던 날에
'한층 여물어진 추위가
외투와 목덜미 틈으로
한껏 파고들던 때'
라고 기록해둔 걸 다시 보니
2013년 겨울의 나는
집요한 한파에 꽤 지쳐있었나 보다.
자격증 시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낸 시기,
흔한 하루, 숱한 시간이 될 수 있었던
1월의 어느 날
다소 충격적인 광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어느 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확한 날짜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고,
대신 그때 경험했던 일들과
함께 느낀 감정들은
장면, 장면으로
눈가에 잔잔한 떨림을 만들며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지저분하게 자란 머리카락이
바닷가 언저리에서 갓 건져 올린 미역더미 같아
약간의 여유를 내 미용실에 갔었다.
예약을 하고 가지 않았고
먼저 온 손님들이 있어
뒷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미용실 사장님과 몇몇 손님들이
웅성거리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관심 없는 척 하다가
한쪽 이어폰을 빼고 엿들어 보니,
가게 앞 위치한 놀이터 벤치에 누워계셨던 한 아저씨가
언제부터 누워계셨던 건지
안타깝게도 밤 새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그 상태로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두려웠다. 이야기를 듣고.
그러나 두 눈은 자연스레 창 밖을 향했다.
아저씨가 있던 공간에는
단지 소주 몇 병만이
비어 있는 채 고스란히 놓여 있었고,
이미 와 계셨던 소방관, 경찰관 분들이
사태를 수습하고 계셨다.
순서를 기다리던 자리에 다시 앉아
'왜 아저씨는 혼자 저 상황에 처하게 된 걸까?'
속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 없었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온몸에 가득 찬 의문에
어떤 답도 내리지 못한 채
차례가 돌아와 머리카락을 다듬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내내
지나쳐가는 풍경 속에서도
그 순간이 잊히지 않았다.
차오르는 감정을 누르고 누르다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시험공부를 뒷전으로 미루고
도서관 책상에 앉자마자
아저씨를 위한 글을 작성했다.
단지 나의 감정을 추스르기 위한 글이 아닌,
상처받은 아저씨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